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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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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8회 작성일 21-09-18 07:53

본문

씁쓸하게 향긋한 휴식의 맛

오늘은 내가 커피 향에 집중하지 못하네

축구팀 감독의 작전 타임도 아닌데

자꾸만 세상을 겨냥하는 집념에 빠지고

손은 내가 알게 모르게 테이블에

어떤 그리움의 부호 같은 걸 그려놓았다가

그림 정중앙에 비수를 꽂는 동작을 하고

골키퍼가 자살골을 넣는

부끄럽고 불길한 장면을 예감한다

맛이 너무 싱거워서, 시간의 흐름을

미각적으로 확인할 수가 없어

볶은 커피콩을 한줌 입에 넣고

한 알씩 우적우적 깨물어서 삼켜 볼까

삶의 비무장지대 같은 시간 안에

진한 실존實存으로 앉아 있고 싶다

바람에게도 휴식이 필요하지

골목과 광장과 지하도에서 묻은 때를

씻을 곳이 있을까

사막도 바다도 이젠 안 되고

대기권 바깥으로 나갔다 와야 하겠네

내게는 보잉 747 기내식 커피가 어떨까

땅 위의 일들은 모두 잊으시고

고도 3만 피트의 편안함을 혀끝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음미하십시오

그것도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승무원의 미소가 피곤해 보일까봐 불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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