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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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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맥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7회 작성일 21-08-11 11:10

본문

부고

 

 

죽음의 초대장을 받아들고 하객으로 참석한다

불편하던 자리가 익숙해진다

침울한 분위기에 차려진 음식도 손가지 않았는데

편안하게 밥도 먹고 술도 먹는다

 

초대장을 마련할 때가 다가온다는 것

 

결혼을 준비하면서 애인과 신혼여행을 생각하고

돌잔치를 떠올리며 태어날 아이의 이름과 성별이 궁금해지는데

죽음에 초대받으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한 시절 우리가 함께 불렀던 노래와 함성과

열망의 순간들

 

연기처럼 날아가는 기억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제의 바람은 다시 불고

꽃은 피고 또 진다

강물은 꿋꿋하게 흘러간다

 

부고장은 수시로 날아들고 우리는 점점 희미해진다

 

전 생이 부도당한 사람처럼

회생불능의 파산자처럼

 

나는 문득,

아무데도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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