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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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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74회 작성일 21-07-05 15:28

본문

변이變異 / 백록

 


 

계절의 경로를 잃고 방황하던 마파람이 마침내 태평양 기슭에 상륙했다

먹구름 잔뜩 짊어친 채 한라산을 무너뜨렸다

하필이면, 주렁주렁 열린 청귤들

사각모를 꿈꾸던 이 칠월에

기세로 보아 땀방울들 저 산만큼

흠뻑 품었으리라

 

돌연, 아우성치며 퍼붓는 감정들

때늦은 장마의 통곡이다

광야曠野를 떠올리는 이 오름 저 오름으로 장대비 내린다

이 정도면 트멍트멍 이름 모를 풀꽃들 꼼짝없이 질 것이다

소리도 없이 울컥거리다 풀썩 주저앉을 것이다

미처 영글지 못한 여린 초상들

어디론가 사그라질 것이다

 

우당탕우당탕 와들랑와들랑

철모른 광풍이 세차게 몰아치던 날

그러니까 그제, 유월의 전쟁에서 산화하신 백부伯父의 제사를 무사히 지내고

어제의 새벽을 무너뜨린 폭우를 뚫고 허겁지겁 달려간 친척의 장례식장에서

종일 곡소리 같은 빗소리와 함께 불안한 시대의 불안한 생각과

우울한 생각의 우울한 시간을 뒤섞으며 보냈는데

내리 오늘까지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

하관下棺의 참관이며 일련의 격식을 치르고 나자

지친 듯 잠시나마 그치는 비

그러나 여태 숨 고르고 있다는 이 장마가 떠나고 나면

섬의 삶 같은 귤들, 끝내 살아남은 표정들

알알이 주저리주저리

절정을 향해 익어가겠지

저물녘 황혼을 품고

노릇노릇

 

요즘처럼 아무리 비루먹은 세상을 만날지라도

또 다른 비바람이 다시 닥치더라도

사는 날까진 살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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