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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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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110회 작성일 21-06-29 09:26

본문

 동사무소 다녀와서






   주민센터라는 말이 아직 낯설어 그냥 동사무소 다녀왔다고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주민등록등본 2통 떼고 주민등록증 기재사항 변경을 하고 나니 800원이 들었다 주민등록등본 안에서, 내 아내 어머니 아이들은 별 일 없이 잘들 지내고 있었다 기억나기 전에 기억해내야 할 것들을 먼저 읽어 내려갔다 역시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제자리에 있기 전에 제자리를 찾아가던 날들 떠올랐다 눈발을 딛고 은행나무 열매 구릿한 냄새를 밟고 오르막길 오르던 그날 밤도 눈에 밟혔다 너와 나를 나무와 가지의 관계를 정확히 설명하고 있는 문서 문서가 되기 전에, 문서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부딪혔던 아픔이 있었다  아픔을 지우려던 몸짓이 있었다 그러니까 기록된 것은 기록되기 전의 길을 통째 삶아먹은 거라 생각하는 내 눈 앞 주민등록등본 펼쳐진 밥상 위로 눈물 몇 방울 뒹굴고 있다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생활에 대한 시를 잘 포착하는군요
애잔한 느낌으로 감상하였습니다
저는 그 등본상에 하나는 떠나가고 하나만 남았습니다
떠나가든 안떠나가든 그것들에 대한 미련은 왜 그렇게 지워지지 않을까요?
더워지는 건강 살피세요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그러시군요.
등본상 하나하나 지워지고 잊혀지는 게 우리 삶이겠지만,
구릿한 냄새 나는 우리 오르막길일지라도 견뎌내는 것이 또한 우리 삶이기도 하겠지요.
이해해주시는 마음이 기록보다 힘이 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등본 인에 잘 지낸다는 표현 참 좋네요.
마지막 구절 좀 짠 하네요.
등본으로도 이런 예쁜 시를 쓰시는군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너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감의 말씀 힘이 됩니다.
실사구시, 실생활에서 시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를 쓰고 있습니다.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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