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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352회 작성일 21-06-13 13:58

본문

/ 백록

 

 


뱃살을 태우기 위한 첫 관문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클럽의 문 앞이다

 

사각의 문지기에게 지문을 내보인다

대뜸, 미등록지문이란다

분명히 등록했는데

그것도 수차례

유리문 안에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모니터에 정신이 팔렸는지 밖을 내다보기는커녕 좀처럼 아랑곳없다

안 되겠다 싶어 옆 비상벨의 스위치를 눌렀는데 역시나 반응이 없다

화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하고 마침 밖으로 나오는 손이 문을 열어주었는데

그제서야 멀뚱히 쳐다보는 여자의 시선이다

그 과정을 낱낱이 밝히다 보니 저절로 언성이 높아지는데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이 역력하다

지문등록이 안 되었으니 그런 게 아니냐며 내 이름을 물어본다

마스크 신세라 가능한 큰 목청으로 또박또박 석 자를 내뱉었는데 

좀 조용히 말하란다

이런 젠장과 함께 도무지 내뱉지 못할 말들이 목젖을 물어뜯는데

부아가 용심을 품고 땀샘으로 스멀스멀거리는데 

참말로 환장할 노릇이다

사람을 못 믿고 기계만 믿고 싶은 저 인간에게 뭐라고 말해야 알아들을는지 

속은 상할 대로 상해가는데

등록은 잘 되어있다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갸우뚱한 표정이 

소중한 내 엄지를 허락도 없이 살피며 만지작거린다

지문이 달아서 그럴 거라며

늙은이 취급을 하는지 죄인으로 의심을 하는지

저 기종은 90% 이상이 정확하다며

결국, 내 탓으로 돌리는데

눈총이 참 고약하다

 

화는 오를 대로 올랐지만

더는 하는 수 없이 열감지기로 이마를 내보이고

의심투성이 같은 미로의 코드에게 나의 신상정보를 거리낌없이 제출하고

투덜대며 기름을 쥐어짜는 기계틀 속으로 들어갔는데

천근만근 같은 쇳덩이들을 보는 순간 어느새 내가 저들의 종이 되었구나며

더 열을 올리며 비지땀을 흘렸는데

날은 흐릿하고 종일 후덥지근하고 어찌 개운치 않구나

지방을 살라야 더 오래 사는데

웬걸, 제삿날 소지燒紙가 화르륵 떠오르고

창 너머 절간 마당 한가운데로

다비茶毘가 비치는구나

불현듯!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께서는 다비가 비치신다고 하셨는데
송구하지만 저는 시인님 시를 읽고
떨떠름한 오후를 이완 하고 갑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욕짓거리 / 백록
- 때늦은 반성문



여기는 이판사판의 사회적 거리다
참다못해 한동안 보지 못한 늙은 철딱서니들을 만났다
그것도 5명은 안 되므로 4명의 술꾼들만 골라
느지막에 오명을 뒤집어쓰기 싫었으므로
그런 사명으로

물컹한 한치를 씹으며 쓰디쓴 쐬주를 삼키며 2와 9를 곱하며 3과 6을 곱하며
놈의 이름을 소환하며 년의 상판때기를 떠올리며
비루먹은 정치의 말씀들과 빌어먹을 경제의 생각들과 뜨고 지는 별의별 소리를 섞은
안줏거리를 별미로 삼아
철없는 늙다리 악다구니에서 쉰내가 나도록
징징대는 이명에서 토악질이 발악하도록

도대체 어떻게 기어왔는지 날아왔는지 모를 요지경 속 정신머리가
내가 나에게 퍼붓던 욕짓거리들을 수소문하고 있다
어제의 일탈과 오늘의 팔자를 붙들고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별생각 / 백록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엔 그믐달 하나와 큰 별 열하나가 떠 있다
구름떼가 그 사이를 굽이치며 회오리처럼 구르고 있다
그 아래는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인데

이를테면

하늘을 뚫을 것 같은 왼쪽의 나무는 큰솔동산에 소낭을 닮았고 마을 가운데 교회는 대포 예배당인 듯하고
그 너머는 오름들인 듯하고 그 너머 오른쪽은 한라산을 닮았다
그 위 하늘로는 파도를 타는 아이들이 떠오르고

뚫어져라, 그림 속을 살피노라니
그 속에 울 할망 머리카락이 비친다
우녘집 구르마가 얼씬거린다
시간을 굴리는 눈덩이가 보인다

가만있자, 저 별은 누구의 별이더라
유별나게 빛나는 걸 보면
내 동생의 별은 아닐 테고
혹시,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를 부르짖던
시인의 별일까
어제 취한 내가 여태 덜 깼으므로
그럴 수도 있겠다
어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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