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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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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653회 작성일 21-03-26 10:25

본문



  뒷모습 





  장서방 고마워, 보내준 수술비 잘 썼네.

  아내의 오빠는 이 말을 남긴 한 달 뒤에 하늘로 갔다.

  그 때 승주군 풍치마을 선산 노을을 바라보던 그의 뒷모습과 함께.

  공중목욕탕 샤워기 물을 맞으며 고개 숙인 채 우시던 아버지의 뒷모습.

  점심을 먹으러 가며 짤막한 마디의 말만 나누고 가버린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의 뒷모습. 


  행복은 변덕스럽기만 하고

  슬픔은 앙드레 가뇽의 음악처럼 귀를 간질이며 스며들고

  사랑은 절벽 끝에 선 위험한 자작나무 같다.


  앞모습은 때때로 거짓말을 구차히 늘어놓지만

  뒷모습은 도저히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걷다가

  익숙한 뒷모습을 만났을 때

  아주 잠깐 진심이었다가

  이내 돌아선 앞모습에겐 마음에도 있지 않은 풍선 같은 말을 했다.

  금방 터져버릴 말.


  언젠가 

  나의 길 가는 뒷모습을 본 그대,

  행여 그대가 내 이름을 부른다면


  내게 남겨진 건

  바람의 일생, 나를 


  낮은 목소리로 호명하던, 

  자작나무 우듬지에 걸터앉은 바람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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