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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슴의 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95회 작성일 21-02-14 07:06

본문


             

검은 사슴*의 눈 / 김 재 숙

 

 

무너진 갱 속 살아서 나온 단 한명의 사람

순이 아버지

인간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겨 실려 나온 건 검은 사슴의 눈이었다

한번도 세상 밖을 나온 적 없는 짐승

깊은 땅 속 수천 마리나 되는 같은 종족임에도 알지 못하는 인간들 같이

홀로 굳게 믿는 검은 사슴으로

 

바위를 쪼갠 발톱과 녹슨 바늘 뭉치 같은 털

굶주린 범의 눈매 날카로운 송곳니를 한

전설 같은 검의 사슴의 출현은

다만 그 갱도에서 전설이 된 순이 아버지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빛나는 뿔을 자르고 날카로운 이빨을 뽑아 버리고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않게 되었을 때

검은 사슴의 눈만 가지고 밖을 나올 수 있었다

 

토성 같은 난 언제 또 과연 밝음이었든가

어둠에 컴컴한 절망의 바위산을 타고

이빨을 갈고 형형한 눈빛으로 악착 같이 오늘을 살아내면서

순이 아버지가 유일하게 나간

검은 사슴 그 혈루를 서럽게 흘리며

 

난 살아가고 또 살아 갈 것이지만

훗날 인간의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소망이 들것에 실려 나갈 지라도

또한번 어둠을 벗고 빛의 환영을 따라 한 발 앞으로 걸어 가리라

 

비록 그 빛의 끝에 검은 사슴 눈이 죽어간 흔적이 발견 될 지라도......

 

 

                                                                                        

 

                                                                               * 검은 사슴 /한강소설


댓글목록

순례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형형한 검은 눈빛이 어둠을 벗어 순한 꽃사슴으로 순화된 후에라도
한때 날카로웠던 송곳니와 바위를 쪼갠 발톱으로 살았던 아픈 시간들의 훈장을
숨길 이유는 없겠지요.
누가 감히 그 어둠의 동굴 속으로 돌을 던져 넣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시를 쓰신 포용과 성찰의 시선에 경의를 바칩니다.
한강의 그 소설을 아직 못 읽었는데 한번 보겠습니다.

붉은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찬의 말씀을 주시니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 집니다
인간으로 살기 위해 타협이라는 것을 버려야 하듯 ㄴ\제게도 맑은 정신이 있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시인님이 말씀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내내 향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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