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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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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361회 작성일 21-02-03 14:54

본문


 

눈길을 걸어서 시장 뒷골목에서 만났고

우리는 주먹을 부딪쳐 인사를 했다

링 위의 권투선수들처럼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 같은 눈빛으로

코로나 시대의 불만을 주고받았다

 

입춘이라는데 왜 이렇게 춥냐고

친구가 내게 항의했고,

나는 봄이 온다고 우리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지난 가을 이후 첫 오프라인 대면이었다

 

물론 봄은 올 것이며 꽃들이 필 것임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꽃들이 행복하면 우리도 기분이 좋은 거지

한 잔씩 더 해 라고 친구가 말했고

그때 다른 손님들이 겨울바람과 동행하여

문을 열고 들어왔다

 

봄은 밖에서 오는 게 아니고

달력에 적힌 입춘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하여

사람들의 따뜻해진 마음이 산과 들에 번지는 것,

마음들이 추우면 봄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우리는 유의하기로 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내가 질문했다

친구는 점심 때 손수 라면을 끓여 먹으며

외출은 잘 하지 않는다고 했고

혈압은 약간 높은 편이지만

괜찮은 때도 제법 많다고 하였다

 

입춘을 빙자한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별 즐거움도 없이 후회될 일도 없이 끝났다

우리는 헤어져서 각자 다른 쪽으로 눈길을 걸었다

목련꽃이 피면 또 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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