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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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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승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0회 작성일 21-02-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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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지대

     ─윤




  사과꽃 이파리에 연한 멀미를 얹어주었다 민둥산 억새 악장을 갈래로 묶는 악사였으나

  뒤란 소반에 놓인 정화수 밤하늘 속눈썹 기루고 손 비비고 기도하지 않았던가 팽팽한 밧줄 놓칠 수 없는 가속의 질주는 있다

  짓무른 꽃대로 휘어진 도랑은 뻗어 갔다 물보라 끌고 갯가에 닿기도 하였으나 외양간 짚더미는 갈꽃머릴 바다 쪽으로 두기도 하는 것이라서 광염을 끌어당겨 사그라졌는지 모래톱 그치고 바닷가엔 시옷시옷 꺾인 울음이 끼룩끼룩 난다

  강풀 흔드는 꽃차례, 가파르게 타오른 낭떠러지 꽃불은 가시 우림으로 식었다 불쏘시개가 잿더미를 휘젓듯 자객처럼 다녀가는 바다

  옻칠한 파도소리, 말발굽 갈아 끼운 박제의 시간을 견디다 신기루를 향해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설렁줄 당겨 철렁 어두워지면 모래알 떠 먹고 자란 시간의 켜

  밑 빠진 시루에 모래폭풍 분다 비어 있으므로 가득 찬; 룹알할리*, 절실을 파종해도 공백인 사막이 있다

  모래가 갉아먹은 손톱자국, 목구멍에서 꾸역꾸역 기어나오는 모래알, 기면성 죽음이었으나 사장된 후 관뚜껑을 밀던 사람이 있었다 죽음과 한몸이 된 미라 입안에 쌀알을 떠넣어 주는

  사구는 사구를 끌어다 덮는다 공백은 공백을 뒤집어쓴다 모래회오리 치솟다 잦아지면 번져가는 메아리가 있다




* Rub‘al-Khali: 공백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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