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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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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승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934회 작성일 21-02-07 20:33

본문

천원(天元)*의 심정

      ─윤




  오지와의 거리는 가로세로 십구로.

  라오스 반나 마을에 한국 청년이 아이들과 논다. 일없이 논다. 주제 없이 논다. 서른 남짓 청년이 사십 년 전으로 돌아가 젊은 어린이가 되어서 그냥 논다.

  초등 일 학년 교실에 앉아 타국어 철자를 모국어처럼 그린다.
  물고기를 잡고 쇠똥구리를 찾고 죽순을 구하러 산을 헤매고 모르는 열매와 뿌리를 먹고 청년은 무럭무럭 자란다.
  먼 구석에 중심이 생긴다. 그 중심에 마음 깊은 우물이 있다.

  삼백육십일은 놀고 또 하루는 마음의 서랍을 열어
  먼 데로 휜, 모국의 하늘에 별점을 놓는다.

  오지로의 속도는 느림.
  가로세로 검은돌 흰돌 징검다리.

  논두렁에 똥을 눈 아이가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할 때 학교에 변소를 짓기로 한다. 목이 마른 사람들이 공동 수돗가로 올 때 그 길목을 당겨주고 싶어 마을 꼭대기부터 동구 밖까지 수돗물이 흐르는 고민을 한다. 다 내어주고 좀 더 구식으로 논다. 아이들이 강강술래 하듯이 모여들 때 한국 청년은 원의 중심이 된다. 둥근 마음이 뿌리가 된다. 달고나 끓이고 굳혀 다디단 맛이 번진다.

  가로세로 삼백육십 그리고 한 점.
  다툼보다 나눔의 꽃점들.

  한가운데 있으나 어린아이가 된 푸른 청년의 좌표는 먼먼 오지. 문명이 서툴게 자라고 신나게 놀기 좋은 곳.

  수많은 길의 중심에 푸른 청년이 있다. 아이들과 물가로 번지고 들녘으로 번지다가 흰돌 검은돌이 되어 컴컴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온 들판은 똥 눈 자리, 전기도 없고 개도 고양이도 닭도 제집인지 남의 나라인지 구분 없이 오가는

  오지의 중심에 한 청년이 있다.
  푸른 깃발처럼 오래 있다.




    * 바둑판 한가운뎃점.

댓글목록

승윤님의 댓글

profile_image 승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라오스 오지 마을 반나에 사는 어느 청년을 응원하기 위해 썼다.
유튜브 수익금 대부분을 마을을 위해 쓴다. 매달 3,000불 이상.
화장실을 짓고 수도를 정비하고 자연과 민심을 해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거들고 아이들의 산타가 된 청년이다.
시를 들어내고 말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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