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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승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340회 작성일 21-01-28 04:59

본문

역마(櫪馬)

     ─윤




   서역의 낙엽은 낙타 눈썹을 흘리며 뒤꿈치 냄새로 날아간다
   구유에 뜬 행성은 잠들었고 푸른 피부를 앓던 병이 엎질러지면 위성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자정의 해안선으로 메마른 해역이 불어온다 타다만 산비알 헤치면 편도선이 붓는다
   난지도에 섬 하나를 그리며 기마자세를 잃지 않았으나 갈기나 말총은 쓸쓸했다

   몽골반점이 안구에 게르처럼 굳은 흙먼지를 뒤적거리면 막장의 돌가루 냄새가 났다

   낭심 고리를 적은 기전체를 읽으면 발목엔 고양이 방울이 상냥하고 항구의 젓갈이 풀리면 한밤엔 해저로 곰곰이 발을 뻗었다

   골목은 충혈된 눈자위를 닦고 젖꽃판 위로 무가지를 뿌린다
   불임을 착상하고도 보랏빛 성운들은 회오리쳤으므로 멀미가 왔다
   세상의 모든 병은 폐선의 용골이라서 피 묻은 뱀의 둘레가 수척하다

   솔가리 덮은 돌밭엔 조금 물살이 뒤척인다
   뭄을 달구며 육징을 허덕이는 종은 서럽다 육구로 훔치다가 표절한 감각이 녹슨 봇물을 쏟는다

   돌아누우면 천축국이 출렁거리고 말발굽 각도가 닳는다
   이마에 대갈못 박는 소리

   달의 아미에 주홍이 번진다
   새의 파란 피부로 맹독을 흘리면 수직 갱도에 괴괴한 목울음이 차오른다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숨소리마저 정갈한 언어의 기품을 만나니 건강히 지내시는 안부인 듯 반갑습니다.
동피랑이 그리워 통영을 찾는 날 있거든 기별 한번 주십시오.
이 계절에 막내 여동생이 반다찌 가게를 열었네요,

승윤님의 댓글

profile_image 승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진짜 시인은 겁나요. 나 같은 엉터리는.
동생분은 절세가인이라 또 뵈면,
집안 파탄나고 내가 강구안 떠돌뱅이 될 것 같습니다.
하여, 꼭 그 반다찌
거두절미에 가겠습니다.
참 시인의 모습이라 늘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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