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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에게 이런 부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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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39회 작성일 21-01-18 15:47

본문

왜 나에게 이런 부탁을 (和解)

 

측량을 해보기 전에는

종중(宗中) 땅과 군() 땅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남의 밭가에 줄지어 서서 해마다 작물이 자라지 못하게

제 그늘을 크게 키우고 있는 소나무는 분명 이기적이어서 잘못입니다.

그렇다고 원래 밭주인도 아니면서 어느 날 이 터전에 새로 들어선

포도원 울타리 당신은 왜 잘 크고 있던 소나무를 볼모로 잡았는지요.

보세요, 정말 최근에 들어선 당신의 철재울타리가

소나무 밑동을 움켜잡았습니다.

저 한 소나무는 울타리에 저렇게 끼여 있는데 몸이 울타리에 옥죄어서

어디 제대로 살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당신의 하우스 철재가 소유지 땅의 경계를 넘어서 자기 멋대로 조경수로

조성해 판매하려던 이들 소나무 주변 산까지 주인의 허락도 없이

무례하게 침범했습니다, 소나무 분께서 용인할 수 없을 겁니다.

소나무가 서있는 곳은 분명 오래전부터 군() 소유의 땅입니다.

또 이 소나무들 주인은 마을 토박이 장씨의 자제분입니다.

그런데 비하면 포도원 울타리 당신은 최근에서야

농촌으로 귀촌하신 분 아닙니까.

그렇다면 먼저 포도원 분께서 소나무가 울타리에 걸리지 않도록

새로 설치한 하우스울타리를 원래대로 뒤로 조금 물리시고

소나무 분도 나무가 남의 밭에 가지와 그늘을 더는

늘리지 않도록 포도밭 가까이 근접한 몇 그루는

한갓지게 다른 곳으로 옮겨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이쪽 포도밭 분도 빠르게 성장해가는 소나무 당신네 그늘 때문에

공들여 심어놓은 작물들이 해마다 일조량이 감소하니

수확할 때 적잖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당해질까요.

이 밭을 언제부터 경작했는지 마을의 원로 분들께 물어보니

종중 땅이어서 고조부 때부터 밭이 상속되었다 하니

밭이 이 산에 자리한 지는 적어도 백년도 전부터의 일입니다.

그런데 소나무 당신도 훗날 이곳 종중 땅과 경계를 이루는 군 땅을

임대하여 그 밭 옆에다 소나무를 많이 식재하였지요.

나무를 심은 지가 햇수로 길어야 십여 년 남짓밖에 안됐으니 

근래에 포도밭 분께서 하우스 시설을 새로 확장했다고는 해도 그보다 전에

종중 땅에 이미 오래전부터 밭이 들어서 있었는데 소나무 심은 분께서

땅의 경계만을 가지고 포도밭 시설물 보다 소나무가 먼저라고 다 당신

우선의 권리라고 우기고 큰소리 칠 상황만도 아니지요.

원래 이 종중 밭 주인 분의 조부님과 소나무 분의

고조부께서는 한 동네에서 나고 자라 둘도 없는 죽마고우였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 그분들은 그렇게 사이가 좋으셨다는데

지금은 이렇게 자손들이 시비로 목청 높여서 한동네에 살면서 

자기주장만 밀어붙이면 두 분 다 마을에서 인심을 잃습니다.

그렇다고 법을 따져서 이 사소한 일로 이웃 간에 측량까지 벌이며

등을 돌리면 마을 사람들 앞에서 두 분 다 체면 구겨집니다.

이웃끼리 싸움일랑 적당이들 하시고 두 분이 원만히 양보하며 해결하세요.

저는 이만 쉬쉬하며 산을 내려갈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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