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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409회 작성일 20-10-05 08:13

본문

서커스 


내 유년 시절 

동네에 서커스단이 온 적 있었다.

공터에 커다란 천막을 친다 광대가 돌아다니며 광고를 한다

며칠 동안 조용하던 동네가 

시끌벅쩍했다.


서커스에 가면 

얼굴은 소녀이고 몸통 이하는 

뱀이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광고를 했다.


나는 어머니를 졸라 

공연시간보다 훨씬 더 일찍 

천막 앞에 가 줄을 섰다.


서커스 장막이 걷히자 

난 맨먼저 거대한 천막 안에 들어가 앉았다.


줄타기 곡예를 마치 

원숭이처럼 민첩하게 하던,


허공 중에 

동그라미 궤적도 그렸다가 

삼각형 궤적도 그렸다가 

동심원 궤적도 그렸다가 

마음대로 하던,


내 또래 소녀가 서커스 스타였다. 


그녀는 얼굴을 높이 쳐들고

눈은 새초롬하게 아래로 깔고 

관객들을 향해 도도한 인사를 하였다. 


시선으로 관객들을 좌악 훑으며 

웃는 듯 마는 듯 

그 조그만 얼굴을 내보였다. 


나는 뱀 소녀는 까맣게 잊고 

굳은 살이 박혔을 그 소녀의 손바닥을

훔쳐보았다. 


이어 서커스단 단장이 무대에 나왔다. 


지리산 어느 바위 틈에서 

떡갈나무들과 고로쇠나무들 사이로 기어가는, 

사람 얼굴을 한 뱀을 잡았다고 했다.


당신들에게 특별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대로 기어나온 것은,

아까 그 서커스 소녀가 

조그만 몸 아래 종이로 만든 

뱀 몸통을 붙인 것이었다. 

물감으로 비늘모양을 얼굴에 그리고,

긴 속눈썹을 붙이고서. 


관객들은 마구 웃었다. 


하지만 그 웃는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 


저 소녀를 누가 지리산 산 중에서 업어온 것 아닌가,


그렇다면 가족과 떨어져 저 소녀 

얼마나 무섭고 외로울까,


저 소녀는 얼마나 지리산 바위 틈

떡갈나무들과 고로쇠나무들 사이로 돌아가고 싶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눈시울 뜨겁게 

솟아나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댓글목록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군요. 제가 쓴 댓글은

어릴 적 몇시간 보았던 소녀가 잊혀지지 않네요. 굉장히 몸집이 작았던 것 같은데. 구멍가게에서 예전에 불량식품을 팔았는데, 구멍가게에 갔다가 불량식품을 사먹고 있는 소녀를 딱 마주쳤습니다. 서커스단에서 입는 타이트를 입고 열심히 먹고 있더군요. 너무 예쁘고 카리스마가 있어서 그만...... 서커스 공연에서 마주쳤을 때는 완전 다른 사람 같더군요. 갑자기 생각이 나서 써 보았습니다.

위로 감사합니다. 저는 그냥 제 시를 쓸 뿐이지요. 창작게시판에 와서 할 일은 그것이니까요. 시 못쓰는 것이 고민이지 다른 뭐가 있겠습니까? 저 때문에 괜히 곤욕을 치르셨다니 죄송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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