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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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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31회 작성일 20-10-07 01:59

본문

침몰하는 탑 


어제는 원추리꽃 끄트머리가 조금 부어올랐다. 탑의 몰락이 머지 않았다는 신호다. 파란 말들이 부르르 몸을 떤다. 채찍이 바싹 당겨진다. 


벨베데레궁전은, 

금발의 황후가 청록빛 수면 안으로 들어가 

금붕어들과 밀회하던 곳.

기하학적으로 주욱 늘어선 열정과 부토(腐土)의 손금이 

연두빛 대지를 능욕하고 있다.

미안먀 어딘가에 있다는 불탑(佛塔)은 

딸랑거리는 유리종 소리와 

벗은 촛불이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 감싸여있다고 한다. 

늑대와 껍질 벗겨진 새빨간 조랑말들과 

공작새들이 탑 주위를 빙빙 돌고있다고 한다.


첨탑 위에 못박힌 햇빛은 투명하여

늑골이 다 드러나 보인다.  

황후의 휑한 밀회 안에는 

긴 복도와 빈 방들이 많다.

비너스의 배에는

뱀을 출산했던 흔적이 있다. 

황금으로 만든 등나무 넝쿨이 벽 위로 기어올라간다. 

등나무 넝쿨마다 가라앉는 탑들이 매달렸다. 

나는 휘파람 소리만으로 

죽은 새들을 땅 속으로부터 끄집어낼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 

죽은 새들은 저 암흑 속에서

폐선이 되어 있었다. 

뼈만 남은 복도가 옷을 벗는다. 

먼저 광휘가 자르르 흘러내리는

실크 치마를 한가득 펼쳤다.

탑은 얼굴이 반쯤 썩어있다. 

시취를 혀로 핥던 다람쥐가 

오늘 아침 식사로 올라왔다.

나는 냅킨과 포크로 

그것의 두개골 위를 참 힘겹게 올라갔다.


절단된 황후의 혀가 치맛자락 끌리는 소리를 내며

벨베데레궁전 텅 빈 복도를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탑이 무너진다고 했다.

새의 날개뼈들을 다 끼워맞춰도 

그것은 더 이상 날아갈 수 없다.

정원에는 눈이 빨간 꽃들이 

물가로 모여들고 있으며, 

군데군데 비어있는 자리들이 날 노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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