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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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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08회 작성일 20-09-14 16:15

본문

난감하네 / 백록


 
허구한 날 섬 구석에 처박힌 늙은 놈에게
낮도깨비 같은 전화가 왔다
그것도 낭랑한 음성의 울림으로
한 번 만났으면 하는 여운으로
 
심심풀이 땅콩일까
아니면 진심일까
혹은 착각일까
 
멋쩍은 고민이 노파심을 마구 물어뜯고 있다
생전 본 적도 없고 댓글로만 주고받던 온라인의 인연일 뿐인데
좁쌀만한 걱정이 어느새 한라산만큼이다
그것도 비대면의 이 시대에 날 찾는 손님인데
코를 막고 커피 한 잔이면 족할까
입을 물고 소주 한 잔이면 족할까
가진 건 시간뿐인데 옜다 모르겠다며
일단 만나기로 작정한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라며
결국, 밑져야 본전이라며
중얼거리며 발길을 옮기는데
마침, 임자 잃은 늙은 개 한 놈이
아가릴 벌리고 컹컹거린다
 
언뜻, 소크라테스의 목청이 떠오른다
니 꼬라지나 내 꼬락서니나
도긴개긴이라며
 
오늘은 죽은 친척을 뵈러 가는 날
내일은 산 여자를 만나러 가는 날
모레는 아직 계획이 없지만
그래, 그렇게 사는 거다
닥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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