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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281회 작성일 20-09-04 11:26

본문

/ 백록

 

 

꽃은 색이다

보는 이 프리즘에 따라

각자의 스펙트럼으로 읽히는

가시광선이다

 

이를테면

 

그 대명사인 장미를 마주하면서

외로운 자에게는

활짝 핀 열정으로 비치거나

우울한 자에게는

진한 오르가슴을 부추기거나

정에 굶주린 자들에게는

사랑과 질투 따위를 노래하게 하거나

삶에 지친 자에게는

울컥, 죽음을 부르짖게도 하는

 

꽃은 그런 세계의 시공을 넘나드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시선이며

온갖 유혹이다

 

꽃은 결국

그런 색이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상한 재판 / 백록


법정엔 두 부류의 방청객들이 좌우로 갈리어 군침을 삼키고 있다
오늘의 관심 사항은 증인에 대한 심문

여태 무딘 칼을 갈며 지긋지긋하게 이를 갈던 검사가 사냥을 하듯 묻는다
“증인의 이름은 아무개가 맞습니까?”
법전의 방패를 들고 철갑을 두른 증인이 자신만만하게 답한다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습니다.”
검사는 이윽고 송곳 같은 질문을 줄줄이 던지는데
증인은 족족 그 답이 그 답이다
그것도 삼 세 번이 아닌 무려 삼백 세 번
우이동풍인지 마이독경인지
판사나 방청객들은 그 문답이 마치 선문답인 양
시종일관 고개만 좌우로 갸우뚱
혹, 마스크 속이 비릿했을까
똥 씹은 안색들이었는데

변호인의 변이 그럴 듯하다
오늘은 문제가 없다면서
구구절절 정답이란다

이 소문을 주워들은 사람들
우왕좌왕 야단법석이다
실체적 진실은 머잖아
백서에 실린다며
흑서에 실린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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