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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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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1회 작성일 20-09-03 07:38

본문

태풍 후


  정민기



  내 정신을 뿌리까지 뽑아버린 듯
  간밤의 어리둥절한 생각 들어오지 않는다
  아침 현관을 열고 마당에 내려서서
  나비처럼 한숨을 나풀거리다가 마당을 쓴다
  텃밭에 한 줄기 있는 상사화 꽃대 허리 꺾이고
  아이고, 아이고, 지난밤 들려오던 신음
  다시 사랑이 고픈 그대였을까
  밤하늘이 털어놓는 별 같은 숱한 생각
  세어볼 시간도 없이
  바쁜 것 없는 마당 한가운데서 느리게 소화된다
  멀리 저수지 물이 하늘까지 닿을 듯 먼 소용돌이
  분주한 저 한목숨 또 어딘가에서 소멸하겠지





  ㅡ시집 《나로도에서》(한국문학세상, 2020. 08.)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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