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薔花, 紅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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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9회 작성일 20-08-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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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은 개울 안에 떨어지고 다리는 벼랑 중간에 솟은 소나무 가지에 걸리고 얼굴은 표정을 바위에 갈린 채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남자는 자줏빛 껍질을 벗겨 과즙이 넘쳐흐르는 빨간 것을 핥는다. 뜨거운 탯줄을 씹는 맛이 났다. 들고양이가 새끼를 물고 철조망으로 덮인 시멘트담을 넘어가


버렸다. 젖은 흙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며 두더지가 찾아왔다. 잔디들이 뼛속부터 들썩인다. 날것 그대로 드러난 황홀. 수수께끼 활자들. 남자는 잠시 후박나무 그늘에 섰다가 청록빛 전등을 켠 다음 스스로를 꺼버렸다. 그녀의 자유는 꿰메진 흔적 없이 양 볼에서 시작해서 예리


하게 갈라지는 균열로 검붉은 혀에 다다랐다. 검은 눈동자가 풀어져서 흰자위에 섞여들었다. 불개미들이 잘 여며진 옷깃을 뚫고 새하얀 유방으로 기어올랐다. 노오란 나비꽃을 쥐어뜯었다. 종이봉지를 씌운 틈새마다 연두빛 무표정이 솟아올랐다. 파란 플라


스틱 통 안으로부터 누군가 쾅 쾅 두드렸다. 남자는 무수한 포도송이들을 짓이긴 다음 시즙을 짜내서 거대한 나무통에 담았다. 시즙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발효되는 것을 통 바깥에서 황홀한 듯 듣는다. 누군가 무거운 상아(象牙)를 열차 바깥으로 부려놓는다. 입술 없는 이빨이 모두 하얗게 드러났다. 홍염이 


넘실거리자 새하얀 천에 감싸인 시퍼런 풍선이 상반신을 벌떡 일으켰다. 잘린 팔 다리들이 거품 쉴 새 없이 솟아오르는 정화조 안에 떠다니고 있었다. 벼랑에서 떨어지던 장미는 바위에 부딪쳐 꽃잎 하나 떨어지고 또다른 바위에 부딪쳐 꽃잎 하나 더 떨어지고 마침내 예리한 꽃 윤곽과 선홍빛깔은 


서로 적대시하게 되었다. 살을 모두 저며낸 폐선이 거기 있다. 새하얗게 앙상한 손가락 뼈가 가리키는 곳. 그녀의 상반신은 여름 한가운데 그리고 하반신은 길 하나 건너 늦가을 끝에 놓여있었다. 다리 사이로 터져나오는 양수와 함께 아버지를 출산하였다. 누군가가 미세하게 


떨리는 거미줄로부터 자궁을 적출해가 버렸다. 무표정한 메트로놈의 심박동 소리. 검은 바퀴벌레가 기하학적인 거미줄로 목을 맸다. 장미는 해체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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