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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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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996회 작성일 20-08-15 09:33

본문

말복末伏 / 백록



올해의 말복은 광복의 열기가 겹치는 날이구나
밭을 갈고 짐을 나르던 말들은 온데간데없고
경마장이나 승마장엘 가야 그들을 만날 수 있는
나는, 어느덧 늙은 말테우리

사회적 동물들에겐 시절이 시절인 만큼
하 수상한 시절이라
옛날 같지 않은 기운에 이런저런 마장을 기웃거릴 염치도
딱히 여의치 않구나
창밖엔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드문드문 태극기 펄럭이지만
마땅히 환호할 생각조차 없구나
이빨도 무디고 혓바닥도 헐어 탕을 마주하기에도 버겁고
히히덕거릴 말 상대조차 근처에 없으니
오늘따라 몹시 심심하구나

선풍기만 종일 심심치 않다는 듯
씽씽거리며 지껄이는데
자칭, 인간이라는 작자는 고작
덥다... 덥다...
반복된 되새김으로만
중얼 중얼거리고
징징 짜며
이명을 울리는구나

하여, 이놈의 말복이 하도 궁금하여 인터넷을 뒤져보니
날개를 품었어도 날지 못하는 이놈의
사주팔자를 들여다보니
참으로 시원치 않구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뒤져봐도
광복의 말뜻과는 별개로구나
날이 갈수록 시들해지겠구나
마침내 흙이 되고 바람에 휩싸이고 말겠구나
어쩜 그게 진짜 광복이겠구나
갑갑한 이 구속에서 벗어날
영원한 해방이겠구나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 구름의 회고록 / 백록


나는 을씨년스러운 시절
한 섬에서 태어낭
평생 그 섬에서 살당
그 섬으로 묻혀버린
여청이우다

어쩌다 왜놈들 식민植民의 몽니로 황망히 청상靑孀이 되어버린
난, 친정을 너무도 당연하게 왁왁하게 잊어버린
元씨의 불초한 딸이우다
언뜻, 무자년의 횡포에 시아비를 어이없이 잃어버린
불효막심한 金씨의 며느리우다
불현듯, 동족의 상잔에 아들을 바쳐버린
억울한 애미우다
살아남은 새끼들 홀로 추스르며
어린 손지들 뒷바라지하며
빼빠지게 살다 죽어버린
어리석은 할망이우다
죽도록 아흔까지 버티다 간
망령의 혼이우다

며칠 후면 그 기일이지만
풀어헤친 백발로 비치는 난 지금도
할락산자락을 들락거리멍
아래를 거들떠봅니다
불안 불안한 마음으로
야속한 내 식솔들의
일거수일투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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