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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사라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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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0회 작성일 20-08-02 19:52

본문



말없이 사라지는 사람들

- 벨라 -

 

예고도 없이 지워진다는 것.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비명을 삼키듯 빛이 가운데로 수축하며

화면이 죽어버리는 텔레비전처럼

기억이 툭, 꺼져버린다는 것

사고가 팍, 나가버린다는 것

갑자기, 그러니까 갑자기

예고도 없이 무엇인가, 죽어버린다는 것

, 하는 소리라고 밖에 더 나을 소리도 없을

절망조차 삼키는 그런, 절망.

 

꺼진 텔레비전에도

만약, 관점이라는 것이 남아있다면

혹시, 스스로 켜질 수는 없을까.

만약과 혹시 같은 리모컨 없이

망각에 불을 켜고 기억으로 눈뜰 수 있을까.

흑백 속을 아무리 노려봐도, 깊은

깊이다. 꺼진 텔레비전의 등 뒤에는

거울이 있다.

 

거울이 눈앞에 있다.

거울 만큼 깊이 없는 절망은

볼 수 없을 것이다.

단 한 번도 꺼지지 못하고

눈뜨고 있다.

단 한 순간도 완전함을 멈추지 못한 채 붙잡을 수 없이

닮음의 근삿값으로만 도주한다.

깊이가 없다는 것은 어쩌면

깊이보다 더 깊은,

절망조차 삼키는 그런, 절망이다.

 

앞과 뒤를 구별할 수 없는

이런 미로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게처럼 옆으로 세는 것뿐이다.

눈은 게 눈 감추듯

어디로 세는지도 모르는 채,

절망조차 삼키는 그런,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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