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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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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853회 작성일 20-08-07 01:50

본문

갈바람이 잦아들었는지 장마도 멈칫 사그라드는 오후, 습(濕)하고 축축한 창문을 한껏 열어젖혔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슬리퍼를 끌고 마당에 나가 무거운 하늘을 바라보니 뜨겁게 그을린 하늘 위로 고추잠자리 서너 마리, 투명()한 날개 반짝이며 사방(方)으로 활강(降)을 하는지 우쭐거리고 맞은편 감나무에는 쓰르라미 대롱대롱 매달려 쓰르르르 자지러진다.

서울, 경기, 중부 지방은 물난리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는데, 울먹이며 흐느끼는 촌부(婦)의 뉴스 영상(像)이 망막(膜)에 갇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갑갑한 심사(思)가 밀폐(閉)된 유치장()에 구류(留)된 것처럼 동굴 속을 헤집는데, 갑자기 형광등 불빛 핑그르르 깜박거리듯 온몸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덩달아 후덥지근한 바람도 나를 멈춰 세우는데,

고추잠자리, 쓰르라미는 지독한 장마를 어떻게 건넜을까.


글쎄다.


얼싸하게 꾸려 놓은 안식처도 없이, 마당 한 모퉁이에 쑥부쟁이, 구절초, 잡풀들이 바람결에 곁눈치를 살피며 누웠다, 앉았다, 벌떡 일어선다. 울컥, 심장이 뱅뱅거린다.

폭풍우 휘몰아치는 밤, 고추잠자리, 쓰르라미도 홀연(然)히 버텨내는 들꽃처럼 모진 비바람을 참고 견디며 사선(線)을 건넜으리라.


옆집 담벼락 넘어 무거운 잿빛 구름이 몰려온다. 근심스레 하늘 한번 올려다보며 묵묵히 걸어간다. 뒤뜰 장독대에는 빗소리가 뱅그르르 곤두박질을 거듭하고 있다.


댓글목록

빛날그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빛날그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이 시를 다시 쓴다면 장마, 라는 제목에 마지막 연만 남기겠습니다.
좀 더 남긴다면 그 위의 행만 남기겠습니다.
들꽃도 구체적으로 어떤 들꽃을 거명하고, 직유는 아애 빼버리겠습니다.
그래야 시가 된다고 봅니다.
마지막 행 하나로도 다듬어 그림을 그리시면 충분히 시가 된다고 봅니다.
진술로 이루어진 김사인의 장마, 김주대의 장마,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마,는 허연 시인의 장마의 나날,입니다.
지적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이 가는 길이 외롭지 않기 위해서랍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드리며, 즐거운 주말 되시길 빕니다.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읽어 보셔서 아시겠지만 솔직히 시에 대해 문외한입니다. 더욱이 시를 해석할 능력은 더더욱 없습니다. 아는 바 없지만 어떤 시를 읽어내려가면 가슴이 먹먹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가 좋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시집도 구입해서 읽고 있습니다. 댓글로나마 이렇게 알려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빗줄기가 거센 밤입니다. 조심하시고 평안한 밤 되시길요.  고맙습니다. 시인님!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아침에도 빗줄기가 거셉니다
안전 유의하시고 평온한 주말 되시길요.
고맙습니다. 두무지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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