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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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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50회 작성일 20-07-08 00:45

본문

석류



석류 한 알 한 알이 보석같다고,

 

마치 혈흔같다고, 


얼마나 이 깊길래 

핏방울이 이리 영롱할 수 있냐고, 


너는 감탄하는 것이었다. 


그래, 지금 후박나무 잎새들 사이로 비가 오고 있다. 


덜컹거리는 유리창에 혀를 대보면 신맛이 난다.  


네 심장의 고동소리는 빗소리와 똑같이 어른거리는 청록빛이다. 


나는 네 가슴에 귀를 대고  

너의 심장소리를 가만히 

저 언어 바깥의 것으로 환원해보리라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사랑이 

방금 각혈해 낸,

견고한 자수정 안에 소용돌이치는 

그 걷잡을 수 없이 세찬 파도여.


하얀 포말이 조용히,

들끓는 격정 속을 

오르락내리락함이여.


너는 언젠가 

길게 뻗쳐올라간 후박나무 가지 끝

몸부림치는 이파리 하나인 채

내게 온 적 있지 않은가. 


익사체 하나가 멀리 떠다니는  

비췻빛 물결의 소실점을

네게 조곤조곤 말해주리라 생각한다. 


자수정 안으로 걸어들어가라고. 

그리하여 다자이 오사무와 야마자키 도미에가 

손을 꼬옥 맞잡고 투신한 그 자리,

참나무 한 그루 

깊이 모를 뜨거운 그늘 

넘싯거리는 강물 

그 속에 결코 

정지하는 법 없이 피를 흘려내라고. 

깨진 거울 예리한 조각을

너의 피로 씻어내는

내 황홀이 항상 네 곁에 있는 것이니. 


나의 언어를   

자수정이 으깨어지는 시디 신 즙 속에 섞는다.

크리스탈 보울에 담긴

너는 내 썩은 폐로부터 

흘러나오는 피를 핥아준다. 

시절은 

초여름.

소리가 울리지 않는

피아노 건반처럼 

석류알의 침묵에 

균열이 가는 일은 없다.   








   





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profile_image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제 죽은 이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지금 이 순간..

그래서 석류 한 알이 저리도 붉디붉은 것인지..

석류알의 침묵에 대해..

묵상해 봅니다.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예리한 시안을 갖고 계시네요. 봄빛가득한 님 시 올려주시길 기다리고 있는 독자가 여기 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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