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농원에서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사과농원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0회 작성일 20-07-03 09:23

본문



사과농원에서



1.

사과를 한 입 베어물었다 하고 한 줄 쓰고 무언가 잊은 듯하여 창 밖을 본다. 주인공이 도착하지 않았다. 빈 뜰에 이름 모를 새가 날아와 앉았다. 흙 위를 기어가던 새빨간 개미를 쪼아먹고 있었다. 나는 하얀 종이에 손가락이 베어 피가 조금 났다. 등에 황금빛 무늬를 짊어진 뱀 한 마리가 구석으로 기어들어간다. 시가 아직 적혀지지 않은 핏방울 속에 여름하늘이 비친다. 사과 한 알을 먹고 싶다던 노천명은 바라던 대로 5월에 죽지 못하고 6월에 가서야 죽었다. 소반 위에 엎어졌던 글자들이 천으로 얼굴 둘둘 말고 사과나무 아래 누워 잠잔다. 사과나무 잎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시를 쓰고 있다. 


느슨한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이곳에는 사과 대신 활짝 벌어진 잎마다 조용히 예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조락으로부터 온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사랑할 수 있다면, 흙 위에 뒹굴고 있는 한때 사과였던 것을 어머니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흔들리는 잎들이 애써 가리는 것을 헤치고 안으로 깊이 들어가 저 비췻빛이고 구름이 간혹 지나가고 있는 것을 마주할 수 있다면. 이것이 허공에 떠도는 사과향이라 한들, 떠나갔다는 너의 몸에서 두릅순 조금이랑 산딸기 조금이랑 여치 청설모 오르락내리락하는 사계절 내리 까칠한 몸통 피안으로 걸쳐논 그 길이랑, 모두 내 망막 위에 모여앉아 바다가 갈라지는 축제를 벌여보자. 


오늘은 햇살이 아직 절정에 도달하지 않았다. 그것이 조락이라 한들, 네게 가장 소중한 것은 네가 읽어낼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것들도, 네가 읽어낼 수 없어야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니. 너와 나, 우리의 가난이야 사과껍질 속 과즙과 함께 숨쉬고 있는 그 새하얀 혈육에 기대자. 사과농원에는 지난 여름 사과향이 떠돈다. 사과향기 속에는 네가 묻혀 있다. 바위 틈 하얀 손가락 곱게 내민. 바위 틈 졸졸 흘러나오는 샘물처럼 차갑고 깨끗한. 내 손가락에 묻은 빠알간 사과향기에 코를 대어본다. 물방울 튀기는 내 후각이 머언 꿈 속에 뒤척인다. 


2.

달무리같이 새하얀 어느 여류시인이 사과농원에 찾아오겠다 한다. 악어가죽을 무두질하던 남자는 사과나무들 사이를 걸어 녹음 어른거리는 그속으로 멀어진다. 먼 데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 빠알간 사과알들이 그에 조응하고 있는. 그는 악어가죽으로 만든 시집을 남겨놓았다. 녹슨 철문 빛바랜 파란 페인트칠이 벗겨져 사색(思索) 가운데로 떨어지는. 삐그덕거리며 출입을 여닫는 여인은 녹음에 젖어 찾아왔다. 오른손 중지손가락이 잘리고 없었다. 잠깐 서로 말이 없었다. 파문이 보이지 않는 물의 청각을 건드리며 조용히 퍼져나간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새까맣다. 사과나무 그늘이 어느 차가운 바위에 닿아 쾅쾅 부딪치며 목놓아 울고 있다. 내가 건너갈 수 없는 것에 닿아 몸부림친다면, 그때 이 사과는 어떤 속삭임을 들려줄까? 어떤 빛깔로 하늘에 오를까? 


오월에 오겠다던 여류시인이 유월이 되어서야 왔다. 대리석탑을 쌓는다. 하얀 계단이 끝닿은 데 없는 하늘로 오른다. 하늘 빛깔은 점점 더 옅어진다. 파도가 한번 쓸고가자 사과농원 그 많은 청록빛 잎들이 한꺼번에 젖었다. 한꺼번에 광휘를 뿜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0,992건 304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9782
붉은 침묵 댓글+ 2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4 07-03
열람중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1 07-03
19780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1 07-03
19779
시제 댓글+ 2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0 07-03
19778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8 07-03
19777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9 07-02
19776 plethoraJ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3 07-02
19775
따뜻한 영혼 댓글+ 2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5 07-02
19774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2 07-02
19773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0 07-02
19772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5 07-02
19771 창문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7 07-02
19770
궁평항에서 댓글+ 3
온글쟁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9 07-02
19769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8 07-02
19768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4 07-02
19767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4 07-02
19766 plethoraJ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6 07-02
1976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2 07-02
19764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0 07-01
19763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3 07-01
19762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9 07-01
19761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8 07-01
19760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7 07-01
19759
손톱 댓글+ 2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8 07-01
19758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4 07-01
19757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8 07-01
19756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9 07-01
19755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5 07-01
1975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0 07-01
19753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4 06-30
19752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8 06-30
19751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1 06-30
19750 해운대물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5 06-30
19749
노란 고양이 댓글+ 2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1 06-30
19748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1 06-30
19747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6 06-30
19746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5 06-30
19745
빗소리 댓글+ 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1 06-30
19744
부고 댓글+ 1
맥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5 06-30
19743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9 06-30
19742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5 06-29
19741 幸村 강요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8 06-29
19740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4 06-29
19739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1 06-29
19738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9 06-29
19737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7 06-29
19736
달팽이 댓글+ 2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3 06-29
19735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8 06-29
19734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5 06-29
19733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0 06-29
19732 백홍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8 06-29
1973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5 06-29
19730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1 06-28
19729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0 06-28
19728 소슬바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5 06-28
19727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4 06-28
19726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0 06-28
19725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8 06-28
1972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5 06-28
19723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5 06-28
19722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2 06-28
19721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4 06-27
19720
도둑 고양이 댓글+ 9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0 06-27
19719 목조주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6 06-27
19718
쉐키쉐키 댓글+ 1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7 06-27
19717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5 06-27
19716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7 06-27
1971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7 06-27
19714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0 06-26
19713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5 06-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