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춘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삼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89회 작성일 20-05-21 11:36

본문

 

내게는 삼춘이 한 분 있다.


가끔 들르던 삼춘은 날 데리고 수풀이 무성한 언덕에 올라 

찌르는 햇빛 아래 몽롱히 잠든 마을을 함께 내려다보곤 했다.


청포도빛깔의 방아깨비를 잡아 그것의 뒷다리를 붙잡고, 

"이렇게 하면 방아깨비가 온힘을 다해 제 몸으로 방아를 찧는단다." 

나는 무엇인지 모르는 그냥 숨구멍마다 스며드는 무서운 것에 울었다.

그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그럴 때면 삼춘은 

방아깨비를 땅에 내던지고 

발뒷꿈치로 질끈 밟은 다음 내게 웃었다.

"봐라. 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저 안산도 뜨물같이 흘러가는 개울도 다 내게 너무 좁거든?" 

삼춘이 지금의 나만한 나이였을 때, 삼춘 여자친구가 봉황산 깊이 깊이 

소나무숲에 혼자 들어가 목을 매었다. 

얼굴에 길게 흉터가 자라나던 아이였다.

삼춘은 뜯겨져 나간 소나무껍질처럼 

바위가 등돌린 흙길을 청설모처럼 혼자 기어올라가 꺼이꺼이 울었다.

나는 목에 서늘한 빨랫줄이 팽팽하게 가을하늘의 과육에 깊이 

파고드는 그 감각 속에서 희미하게 삼춘을 향해 꺼덕꺼덕 웃었다. 


연탄재가 쌓인 언덕 아래 개가 던져져 있었다. 

혀를 길게 빼고서. 

자잘한 투명한 보석같은 벌레들이 

흐물흐물해진 안구를 넘나들며 빛나고 있었다. 

삼춘은 날 혼자 내버려두고 그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삼춘은 검게 닳은 철로가 앙상한 몸을 빛내는 그 황무지에 

쭈그려 앉았다. 기차가 오지 않았다.

어느 소녀가 와서 삼춘에게서 

바람결에 비릿하게 흔들리던 꽃을 뜯어가는 것이었다.

작은 웅덩이에 빨갛게 흔들리는 태양이 삼춘의 안구 속으로 뜨겁게 들어왔다.

흔들리는 물결이 제 투명한 종아리를 감추려하지도 않고,

검고 매끈매끈한 탯줄 사이로 형체를 잃은 것이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삼춘의 다리가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까칠까칠한 수염이 팡이꽃처럼 음습하게 일어서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위에서 불러도 삼춘은 물 속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

일어서지 않았다.

석양이 마을을 제 주홍빛 병(病) 안에 깊이 잠기게 했다. 

삼춘도 따라서 주홍빛으로 조용해져갔다.

사반나의 관목지대에서는 짐승들이 치열한 눈을 빛내며 나무 그늘 속에 

숨어산다. 

삼춘은 일어서거나 입을 여는 대신, 

긴 꼬리 끝에 피비린내가 섞인 흑조(黑鳥)를 그물 속으로 던졌다. 


나는 그 후 삼춘에 대해 들은 것이 없다. 

그때 언덕은 조금씩 조금씩 허물리고, 

버섯같이 옹기종기 집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하루종일 포자가 불려다녔다.

아침마다 커튼을 살짝 열고 창문 밖을 바라보면 

사반나의 연초록으로 깔린 풀잎들이 서걱서걱 일어서고 

킬리만자로산이 빙점 이하로 날카롭게 낙하하는 것이었다. 

햇빛이 흔들거렸다.




 



       


   




  

 


댓글목록

Total 40,992건 310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9362 목조주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 05-24
19361 담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6 05-24
19360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8 05-24
19359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5 05-24
19358 joh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8 05-24
19357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2 05-24
19356 스트레이트1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6 05-24
19355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8 05-24
19354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6 05-24
19353 삐에로의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2 05-24
19352
성숙한 인격 댓글+ 3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0 05-23
19351
초여름 댓글+ 1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8 05-23
19350 성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8 05-23
1934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8 05-23
19348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6 05-23
19347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3 05-23
19346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2 05-23
19345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8 05-22
19344 목조주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8 05-22
19343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0 05-22
19342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1 05-22
19341 솔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2 05-22
19340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8 05-22
19339
고독한 식욕 댓글+ 1
고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9 05-22
19338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8 05-22
19337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9 05-22
19336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8 05-21
19335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4 05-21
19334 선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9 05-21
열람중
삼춘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0 05-21
19332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1 05-21
19331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5 05-21
19330
민물 낚시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6 05-21
19329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0 05-21
19328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3 05-20
19327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6 05-20
19326 krm33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5 05-20
19325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5 05-20
19324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6 05-20
19323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8 05-20
19322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5 05-20
19321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5 05-20
19320 DOK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4 05-19
19319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0 05-19
19318
나는 일흔 살 댓글+ 2
담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9 05-19
19317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4 05-19
19316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6 05-19
19315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5 05-19
19314
석류 댓글+ 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6 05-19
19313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6 05-18
19312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1 05-18
19311 DOK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4 05-18
19310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4 05-18
19309 최준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3 05-18
19308 하얀풍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5 05-18
19307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1 05-18
19306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0 05-18
19305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2 05-18
19304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7 05-18
19303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5 05-17
19302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9 05-17
1930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9 05-17
19300 해운대물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1 05-17
19299 창문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0 05-17
19298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5 05-17
19297
시마을 소감 댓글+ 4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8 05-17
19296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4 05-17
19295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7 05-17
19294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7 05-17
19293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9 05-1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