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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의 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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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64회 작성일 20-05-10 10:31

본문

* / 백록
 
마침, 붉은 피가 시커멓게 비친다
채 마르지 않은 사월의 핏물과
유월의 눈물이 뒤섞인
 
당신이 이 세상으로 올 때쯤 신소설이 있었다는 걸 안다는 건
맹랑한 사치일 뿐, 때는 아무튼 까마득한 시절이었지
 
그것이 알량한 애국이든
빌어먹을 매국이든
 
당신이 흘린 세월이 한 세기의 보를 출렁 넘겨버린 지금
내 눈에 피가 고인다
 
원치 않은 몽곳놈의 새끼 같은 굴욕의 섬에서 태어나
피치 못한 식민으로 살며 젊은 서방 먼 바다로 흘려버리고
삶의 훼방 같은 해방에 휩싸이다 할 놈의 전쟁에 휩쓸리다
집안의 대들보들 동족의 총성과 포탄에 줄줄이 태워버린
당신의 평생은
어느덧 잃어버린 큰갯물* 기슭
찔레꽃 눈물이다
 
붉은 오월에 흘리는 비는
이 섬의 핏물이다
 
------------------------
* 이인직의 ‘혈의 누’ 변용
* 서귀포시 대포마을의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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