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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왜곡, 그리고 나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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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89회 작성일 20-05-11 10:02

본문

기억 왜곡, 그리고 나의 / 백록

1.

 
위안부는 정신대의 기억이다
정의기억연대는 그 기억에서 비롯된 모임일 것이다

나는 오늘 비로소
제 껍질을 벗고 탈바꿈한 기생충의 본색을 보았다
할머니의 기억이 왜곡되었다는 변명
그 아이러니한 변명을
그날의 기억을 함께한 소녀들의 꼬깃꼬깃한 정성을 찰나에 삼켜버린
망령들의 환생, 그 진면목을
 
그날의 들녘으로 꽃은 피었으되
이미 꽃이 아니란다
붉은 이 오월이 몹시 을씨년스러운 듯
단발머리 소녀상이 흐느끼고 있다
오랜 굴욕의 침묵 덩어리 구릿빛을 삼키며
 
망국의 쓰라린 그 기억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2.
 
친구와 술 한 잔 하고 들어가는 귀갓길
나는 걷고 있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부지런히 아니 천천히
마냥 걷고 싶었는데
드디어 허접한 내 둥지가 보이네
옛 외양간 같은 외도가 보이네
이 길에서 시를 지으며
천 년 만 년 걸으며
밤의 시간에 대하여
천 편 만 편 시를 쓰고 싶은데
이제 그만 지쳐버렸네
지금 당장 날고 싶네
저 시커먼 하늘로 올라서
이 땅에서 쓰다 만 시
작심하다 흘려버린 시
다시 쓰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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