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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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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93회 작성일 20-04-20 16:31

본문

고사리는 詩다 / 백록


 
고사리는 완곡한 詩다
천년만년 퇴고를 거듭한
아니, 인류가 태동하기 전에서부터
이슬 한 방울로부터 쓴 詩다
해를 거르지 않고 해마다 퇴고한
고사리는 詩, 그 자체다
 
꿈틀거리는 걸 보면
간혹, 지렁이로 읽히고
잔뜩 웅크린 걸 보면
문득, 부처의 사유로 읽히고
꼼지락거리는 걸 보면
얼핏, 아기 손으로 읽히고
읽는 이에 따라
천차만별의 은유로 읽히는
납작 엎드려 두 눈에 불을 켜도
읽힐까 말까 하는
어리석은 독자들에겐 제 본색
여간 드러내지 않는
그야말로 깊고
난해한 詩다
 
한때의 향기는커녕 꽃 한 번 피운 적 없는데도
도대체 그 시맛이 얼마나 대단하면
대대로 조상님들 여태 물리지 않을까
그런 고사리의 행간이야말로
완벽에 가깝도록 함축된 시간 같은 詩로 비치거나
가히, 영생불멸의 詩로 보이지만
山은 아직도 퇴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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