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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의 곡우, 그 이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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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94회 작성일 20-04-17 10:58

본문

경자년의 곡우穀雨, 그 이틀 전 / 백록



족히 이만삼천 날을 자고 난 눈이 거울을 본다
깬 눈알에 수염이 잔뜩 돋는다
뜬금없이 희끗한 터럭들
감히 셀 수 없다

여태 버리지 못한 버릇이라 자책하며
설마 싶은 시선을 창밖으로 옮긴다
비릿비릿 비가 내린다
빗속으로 눈물이 비친다
그 속에 게으른 내가 있다
지난날의 거무튀튀한 생각들
빗발에 밟히고 있다
마르고 닳도록 건조해진 눈알이
잠시나마 축축해진다

저기 비무리 자취 너머
뭇 초상의 허기 너머
산자락 가시자왈
그 흑백필름 속 새까만 고사리들
꽃이 없어 날 닮은 너
꼼지락 꼼지락
날 찾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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