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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쉬오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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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69회 작성일 20-04-02 09:45

본문

다랑쉬오름에서 / 백록

 



오름아 오름아 쟁반 같은 달을 품은 오름아

하르방 잃고 속앓이하는 할망의 아린 가슴을 닮은 오름아

아방 잃고 시름하는 어멍의 시린 자궁을 닮은 오름아

웃동네 늙은 삼춘아 알동네 어린 삼춘아

무자년 4월의 문체 같은 여기저기 무덤들아

시시때때 광질하는 살풀이 바람아

묵묵히 흘러가는 한풀이 구름아

모진 세월과 씨름하듯 출렁이는 가까이 억새들아

멀리 희끗거리는 물결들아

냉큼, 해를 품고 싶은 저 기슭
일출봉아 우도봉아

그날의 기억을 오롯이 품은

뭇 초상의 얼들아 

둘레 오름들아


터벅터벅 내리는 길
그 길섶으로
죽은 고사리들 푸석거리는
그 트멍으로
아기 사유들 꼼지락거린다
지난날 소앵이*가시들
시퍼런 핏빛 흘렸을 
그 자리로
 
--------------
* 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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