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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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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고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0회 작성일 20-03-02 12:08

본문

어떤 비 오는 날

  

천길 땅속에 고이 묻어 두고 싶은 날 있다


저녁 무렵

빗소리에 떠내려 온 옛사랑의 비보

시린 잔에 따라놓고

        

전생을 잊지 못하는 두부김치 옆에서

 

아픈 기억 헤적이며

뒤틀린 세월 뒤축이나 툭툭 걷어차다가

        

그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먹먹한 가슴 다독여보지만

      

무심한 고춧가루가 터트린 한 방울의 눈물에

힘겹게 버티던 어깨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그 아래 깔린 시간의 잔해

흐려진 눈으로 마구 헤집어보는

         

그런 날도

언젠가는 그렇고 그런 하루 되어

곱게 물든 단풍에 묻히고 나면

       

빈 잔에 말라붙은 눈물도

어느 봄날 무덤가 지키는

할미꽃이 될 수 있을까


바람이 머물다 가는

향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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