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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빛으로 살다 간 사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54회 작성일 20-01-14 08:40

본문


사랑의 빛으로 살다 간 사람 / 안희선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 보다가
못다 삭인 슬픔이
떨어진 흰꽃 한 송이로
내 가슴에 남아있음을 알았습니다
당신의 향기는 마지막 역할을 다하며
숙명적으로 세상의 증오를 깨뜨렸던,
사랑의 입김을
나의 비천한 혼(魂)에도 아로 새깁니다
하지만, 기가 막히게
나의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시간이 정지된 영정(影幀) 속에
침묵으로 계신 당신을 바라 보지만,
절망적인 세월은 나로 하여금
당신을 향한 나의 그리움조차
낯설게 합니다
오직,
긴장으로 치닫던
그때의 시간과 공간만은 아직도
당신의 삶을 기억하기에
모든 이들의 영원한 생명의 소유를 위해
몸부림 치며 갈구했던 당신의 기도가
이 차가운 세상에 뜨거운 선혈로 뿌려놓은
열정의 광채를 반사(反射)합니다
어떠한 비밀도 갖추지 않았던,
당신의 사랑이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서
우리들의 새로운 삶의 지평선을 그리며
지금도 자애(慈愛)롭게 손짓하지만,
이제 당신이 머물렀던 지상(地上)의 날들은
하얗게 떨어지는 꽃송이가 되어
석양의 하늘에 흩날리고 있습니다

외로운 공중엔
길 잃은 새 떼들의 방황이
하늘을 온통 어둠으로 덮으며,
당신으로 인하여
아직까지 힘겹게 남아있던 사랑의 빛을
초롱한 별들의 가슴에 추억처럼 실어 나르고





* 故 이태석 신부를 추모하며...

李泰錫, 1962년 10월 17일 ~ 2010년 1월 14일


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profile_image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욕을 과감히 버릴수록 가벼워진 몸짓으로
자유롭게 푸른 하늘을 비행할 수 있듯이
어찌 보면 정답을 알면서도
생의 답안지에 오답을 기입하는
나 자신의 심보는 대체..

덕분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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