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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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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9회 작성일 20-01-15 08:24

본문

  

    아픈 독서




페이지가 넘겨지지 않는 책

오래 놓지 못한다

단아하고 낭랑한

골짜기 향기를 감춘 그림 속 산

풋풋한 잉크 냄새

발자국 없는 길 위에서 네 손을 처음 잡았다

쉼표마다 푸른 숨이 살아 있었고

토씨마다 끄덕이던 여러 개의 고개

행간마다 손을 내밀고 있던 눈동자

목차로 건너온 네 이야기는

비와 햇살 바람으로 빚은 과즙

푸른 과일이었다

시간만이 허락하는 단맛

한 생으로는 이룩하지 못하는 숙성도

살다 보니 있다


벌건 몸으로 달구어진 문장 속

새파랗게 얼어있는 문맥들


넘겨지지 않는 페이지에 흥건하게

젖어 있는 활자를

덮을 때

그림 밖으로

발자국 없는 그 길 위로 걸어 나오는 호명

의미에 갇힌 너를 꺼내어 듣는다

가만히 

안경을 닦고 앉아 이름을 불러 본다


수묵의 골짜기 날개가 잘린

새 한 마리를 뱉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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