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量들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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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주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1회 작성일 19-11-16 12:57

본문

量들의 침묵 / 이주원


눈에 낀 안대가 ∞를 그리는 밤
불면증 환자는 양치기 소년이 된다
눈꺼풀 안에 갇힌 양떼를
병적으로 헤아리는 집착에 수렴한다
시신경을 뜯어먹히는 환청에 시달리며

소년이 번호를 붙여줄 때마다
양 울음소리가 한 마리씩 태어난다
마릿수는 세는 만큼 발산하지만
아직 이름이 없는 태아들은
양으로 태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소년의 눈이 닿지 않는 자궁 속에서
∞가 적힌 순번대기표를 들고서

발산하는 양들을 모두 셀 수 없는
스스로에게 실망하며 불면증 환자는
결국 늦은 잠으로 수렴한다
두 귀에 매단 해먹에 누운 소년에게
더는 양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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