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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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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70회 작성일 19-11-18 10:37

본문





내 눈꺼풀 안쪽에 말리꽃이 피었다. 손이 닿지 못하는 깊은 곳에 간절히 넘실거리는 검은 물이 있다.  


수신호 깃발을 따라 망막이 움직일 때마다, 선홍빛 소리가 새하얀 것 위를 퍼져나가는.


흘러가지 못하고 자꾸 손끝에 걸리는, 폐선같은 것.


내 고통의 정원 안에서는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페렴에 걸린 꽃이 제 신경 안쪽으로부터 황홀을 끄집어내어  

내 비극의 통점을 자극하려 하는 것인지,    


꽃의 결 따라 계절을 거술러올라가 

내가 꽃의 화사한 옷을 흘러내리는 얼굴을 벗기고 있는 것인지,  


누군가 나를 찢고 있다.

내 감각이 빨갛게 부어오른다. 

창문 안으로 갓 피어오르는 백일홍이  

선홍빛을 쏘아보내듯, 투명한 

유리의 구조물 안에서,


나는 냬 감각을 점점 더 예리하게 하여

오직 붉은 것 하나를 파고들어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나를 스쳐가는 것.

햇빛 비쳐드는 빈 침대와 낡은 

식탁과 커튼이 드리워진 벽, 아기용 의자, 낮은 담장 안으로 

기어드는 복숭아나무 가지와 지저귀는

찰나의 참새 소리와.


꽃으로부터 병()을 치웠다. 꽃 안의 불이 잠시 꺼진다. 와락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잠이 오지 않는다. 


잘린 혀가 수북이 방바닥에 떨어져 있다. 꽃이 나날이 더 무성하여 간다.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병'에 대한
시나리오가 펼쳐져
지루하지 않은
일상을 건져 올렸습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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