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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6회 작성일 19-11-11 08:05

본문






비가 오고 우박이 내리고 천둥마저 쳤다. 

그런데 아침이었다. 

유리창이 저절로 흔들리고 하늘이 잿빛인 채 낮아지고 거리가 차갑게 출렁이는 것 안에서 스스로를 낮춘다. 


비 고인 초록빛 지붕의 윤곽이 더 예리해진다. 

초록빛이 더 쓸쓸해진다. 

노란 단풍잎이 하룻밤 동안 많이도 땅 위에 졌다. 

노란빛이 지나쳐 갈색이 되어 버린, 

봄부터 가을까지의 기억이 밟히고 짓이겨진, 

습자지보다도 더 얇은, 

그 속의 불씨가 서서히 꺼지고 있는. 


무채색의 시즙이 여기 저기 땅에 고여 있다. 

무거운 가방을 맨 여고생이 조심조심 발을 골라 딛고 있다. 

물에 적신 백일홍나무 가지가 메말라 있다. 

하루 하루 표정이 없어진다. 

몸을 잔뜩 움츠린 만삭의 길고양이가, 

어딘가를 바라보며 아까부터 길 위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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