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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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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정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9회 작성일 25-09-12 06:49

본문

1.
저녁놀과 어울려 질경이 재기차고
허기진 채 돌아온 아이
뚜껑 덮어 처마 밑에 매달은 보리밥 소쿠리로
풀쩍풀쩍 개구리 뜀을 뛰었지

2.
들녘에서 돌아온 아버지
싸리문을 들어서면
나보다
가난이 먼저 달려가 반겼어도
논 한마지기
밭 한뙈기의 자연에
맘 놓고 등 비빌 수 있어
오히려 웃음만은 맑았지

3.
먼지 풀풀 날리던 학교로 난 십리길
쑥, 냉이, 산철쭉, 옥수수, 목화밭, 눈 쌓인 언덕으로
어린 맘 즐거울 때마다
등에 맨 책보는 온 데 간 데 없었지
고만고만한 키들끼리 모여
깜장 고무신 들고 쫓던 피라미
지금쯤,  어미 물고기
아비 물고기 되어있겠지

4.
숱 많은 머리 내내 푸르던 대숲
찬찬히 끼고 돌면
멀리 할머니집 주홍 감나무
제 키보다 큰 바지랑대 흔들면
까르륵 까르륵 하늘 웃음
눈 먼 감 쏟아지듯 떨어졌지

5.
밤이면 어디서건 뜨던 별
툇마루서 누워본 하늘에도
내 눈에도
우물 속에도
뒤척이는 바다의 가슴에도 빛나
늘 어린 영혼을 꿈꾸게 했지

6.
어린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고
아버지는 하늘로 돌아가던 4월 어느날
그날은 동구밖까지 우는 소리 들렸지
골목이 울고
토담이 울고
초가집이 울고
그 안의 사람들이 울고
닭들이 울고
8살 어린 내 눈은 영문을 몰랐지
꽃상여를 묻고 산을 내려와
얼마후,  울먹이던 고향마저 뒤로 한채
영영 떠나온 후에야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지
그때서야 이별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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