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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날라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204회 작성일 19-09-19 22:00

본문

의사와 날라리


가을 구름의 이면을 비행하는 검은 새떼들의
숨비소리 그 기억의 벼랑 끝
그 곳에는 우연이라는 가면 속 필연이 있었다

의사가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옥수수 밭이었다
태초의 창조와 진화가 낳은 햇살의 자양분과
바람의 염기 서열과 물꽃의 수증기가
그녀의 머리카락과 입술과 살갗을 녹인다

옥수수 이파리를 적시는 선홍빛 몽유의 순간들

의사의 첫사랑은 오래가지 않았다
날라리라는 예명답게 아름다운 그녀의 꽃을
유부남 호랑나비의 잿빛 손길이 무참히 짓밟았다
덕분에 그녀는 징역3년을 얻어 맞았고
의사는 간호사와 결혼했다

아스팔트에 나뒹구는 폐타이어의 비명
휴거없는 아마겟돈 전쟁의 거짓과 위선

진심으로 사랑했고 진정으로 연모했고
진실을 다 바친 그녀에 대한 죄책감이
의사의 백색까운을 흑빛으로 덧씌우는
종합병원 응급실의 적막한 새벽
건달 사내들의 호위 아래 건달 두목의
정부 겸 무사로 변신한 날라리 그녀가
거짓말처럼 병원 복도를 걷는다
그녀가 온 것이다

의사의 수술 바늘이 그녀의 심부 열상을
찌르자 핏방울이 하늘 연못으로 솟구치고
별빛보다 눈부신 의사의 눈빛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핥아 먹는다

시간의 굴레를 점령한 필연같은 우연의 인연

새벽 안개비의 등뼈를 휘감으며
옥수수 밭이 일어 선다
그렁그렁해진 그녀의 고혹한 눈망울이
의사의 뒤태를 할퀴자
허허로운 가을이 스멀스멀 뒤채긴다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브루스안님

의사와 날라리 여인의
사랑 스토리를 잘 감상하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한표 추천이요
건안 하시고 태풍이 온다니 피해
없으시도록요

브루스안 시인님!

베르사유의장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읽고 가옵니다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리며 ...

오늘은
알록 달록하고 싱글 벙글하게
때로는 달콤 상큼하고 즐겁게 ...

항상
다양하고 제일 최고의 날 되시옵소서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러다 시로 빚는 세상의 새로운
한 단면을 구축하시겠습니다
상상과 리얼이 접합한 모든 인간의 내면을
해부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옥수수 밭은 겹겹이 덮힌 껍질만큼 역시 신비롭네요
감사히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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