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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역 사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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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0회 작성일 19-09-22 00:07

본문





장미 가시에 찔려

백혈병으로 죽었다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카미유 클로델과 질펀한 정사를 벌이고

조각용 끌로

그녀의 견갑골에 구멍을 뚫어 내쫓았다던 로댕을

공덕역 사번출구에서 오늘 만났다.

 

새벽 종소리에

그들은 청동으로 만든 지옥문을 매달고 있었다.

지옥불도 청록빛이었다.

그들은 함께 콧노래를 불렀고

경첩이 달린 휘파람소리는

청동판을 뚫고 들려왔다.

 

사람들이 하나 둘 지하철에서 내렸다.

사람들마다 하나씩 리얼돌을 옆구리에 끼고

투박한 액자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발 아래 깊고 푸른 강물을 두려워하며

엑셀을 밟아 지붕이 모난 자동차를

철로가 지나간 행성 위에 놓는 것이었다.

 

로댕은 점토 한 덩이를 옆구리에 끼고

카미유 클로델을 만나러 정신병원으로 간다고 했다.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꽃병 곁에서

카미유 클로델은 썩은 점토를 끌어안고

엉엉 울고 있었다.

카미유 클로델의 옆방에서는

가스 버너에 얼굴을 박고 죽어버린

실비아 플라스가 아버지의 관을 발로 차며

욕지거리를 하고 있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로댕과 나는 

정신병원 아래층 채선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로댕은 하얀 진흙을 먹었다.

돼지고기를 훈제도 하지 않고

그냥 그늘에서 발효시켰다는 하몽을

송아지에게 먹였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뇌출혈이 일어난 장미꽃잎을,

나는 빈 원고지에 소화불량 일으킬 싯구들을 써서

양념 쳐 먹었다.

로댕이 약속이 있다며 일어섰다.

 

우리는 공덕역 사번출구 앞에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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