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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180회 작성일 19-06-01 10:48

본문


  것

 



  중학교 때 흰 머리를 단정히 넘기신
  국어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것을 문장에 자주 쓰는 것을 피하라 하셨다
  추상적이고 수준 낮은 문장이 되기 일쑤라고 하셨다

  소유를 뜻하지만 혼자서는 온전히 소유할 수 없는 의존 명사 것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이후로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무수히 출몰하는 것과 싸워 왔다
  두드려도 두드려도 튀어오르는 두더지 게임처럼
  것은 시도 때도 없이 문장에서 튀어나왔다
  아무튼 나는 것을 쓰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너무나 손쉽게 허물어지곤 했었다
  것으로 마무리하는 문장은 언제나 깔끔하였고
  저명한 작가들의 글에서도 흔히 발견되었기에
  것은 거리낌없이 문장 속을 활보했다

  외롭기에 불완전하기에
  즐겨 다른 단어들과 함께하는 것
  외롭기에 키 큰 은사시나무는 숲을 이루고
  외롭기에 바람은 구름을 데리고 다니며
  외롭기에 지게는 비스듬히 작대기에 기대어 자고
  외롭기에 문장은 것을 부르고
  외롭기에 것은 문장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국어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는
  나는 여전히 것의 습격을 경계하면서 글을 쓴다
  그러나 도도한 물줄기를 거스르고 힘차게 뛰어오르는 연어처럼
  것은 생각지 않은 순간에
  문장을 역류하며 튀어올라 산란한다

  그리하여 문장은 것에게 찬란한 꽃숭어리가 되고,
  문장에게 것은 사늑한 기억 저편에 돋아 있는
  꽃눈이 된다



댓글목록

하늘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것을 읽고보니 당사자이네요
조금은 찔리는 듯... 한계를 인정합니다
문장마다 곳곳에 것을 키워야만 안정감을
찾을수 있으니 엄마를 찾듯 것을 찾지요
잘 배우고 갑니다 너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 덕분에 몇십년을
것과 싸우다가 화해했다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맛살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있는 것, 없는 것,
가장 잘 걸려 넘어질 것 같은 것
지금 제가 것에 갇혀 헤매고
있는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너덜길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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