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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安熙善004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166회 작성일 19-05-01 10:05

본문

산행(山行)  /  안희선


최후의 마을을 지나, 오르는 산에는
소리 없는 아우성 속에 뼈처럼 숨어있는
앙상한 나무가지들이 빽빽하니 들어찼다

공기를 흔드는 서늘한 숲의 울음소리에
놀라 깨어 서걱이는 풀섶

하늘엔 구름이 엉킬 징조가 보이지 않았지만
서서히 한낮의 흔적은 지워지고 있었고,
비스듬한 햇살들은 갈 곳을 몰라
추억으로 쏠리는 발걸음마다 뽀얗게 묻어났다

오르는 산은 자꾸만 자꾸만 높아지고
피로의 숨결이 잠시 후에 고함지를 것을
이 잠잠한 공간은 침묵처럼 알고 있다

아, 하루는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주름진 풍경 사이로 황혼이 깃든다
그렇게 또 나른한 모습으로,
목덜미 젖히는 태양

저 멀리 계곡의 끝에서
끊임없이 똑딱이는 벽시계 하나,
숲에 둥지를 튼 뻐꾸기를 닮았다

나를 가늠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발가벗은 바위들만 의젓해,
완만한 바람에도 조금씩 나의 등이 밀린다

이제 곧 비탈진 숲을 가로질러
알 수 없는 계곡의 저쪽으로 가야 한다
그동안 휘청거리는 내 모습이 또 어떤
다른 내용으로 읽혀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산을 재촉하는 저녁빛이 잔뜩 부풀어 가혹했지만
멀리 아득한 천둥 소리에 이따금 뒤돌아 보며,
또 다시 멀어지는 봉우리를 등지고
걸어갈 뿐

주위엔
아무도 없다






Climb Ev'ry Mountain, from The Sound of Music
- Laura Osnes and the Tabernacle Choir 

 

댓글목록

붉은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위에 아무도 없어도 음악은 틀어 주세요~  멀리서 듣고 있겠습니다

좋은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시인님~^*^

安熙善0048님의 댓글

profile_image 安熙善004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실, 이곳 시마을은 시 공간에 있어
이미지 및 음악에 관하여 격렬한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곳

오로지, 활자만이 시라는.. (아마도 그게 시마을동인 취향인듯)

- 근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요즈음 활자체 시집 사 보는 일반대중들은 거의 없고

(물론, 저도 안 사봅니다 - 돈도 없고)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원래 , 이미지 및 배경음악이 함께 한 졸시였습니만

제 나름대로 올렸다가 또, 잘릴 것 같아서

- 글치 않아도 이미 0047번 IP 차단되었지만서도

그래서, 지금...  熙善0048입니다


부족한 글..

머물러 주신,
붉은선 시인님
그리고 하늘시 시인님..


고맙습니다

* 굳이, 배경 음악 올린 건
붉은선 시인님이 따지듯 뭐라 하셔서..

탄무誕无님의 댓글

profile_image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후 4시쯤 집 밖에 있을 때 잠시 읽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대놓고 읽습니다.
 
산행을 인생에 견주어 읽으면
서(書) 주인님 삶의 여정을 잘 헤아릴 수 있겠지요.
서 주인님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빛 드렸습니다.
저는 요까지만 바르게 갈챠드립니다.

나머지 생각의 빛은 독자분들께서 각자 쫙 비춰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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