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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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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63회 작성일 18-12-04 14:34

본문

새로운 각오를 굳히며

한 사나흘 머물수도 있었으나

오래 바다 쪽으로만 당겨지던

발걸음이 멈추지 않아, 나는 흐르네

땅을 딪은 새들이 발에 붇히고 간 흙먼지만 닦아도

흰구름은 먹구름이 되었네

섣불리 쓴 반성문으로

또 하루의 백지를 질척이지 않으려네

역류성 식도염처럼 쓰린 저항으로

광장의 분수대가 된 벗들이 무지개 사슬에 매여

백년째 쳇바퀴를 돌고 있다네

거리의 나무들이 일제히 띄워놓은 종이배에는

애벌레의 입술에 먹처럼 자전 궤도를 돌아 온

허기를 찍어 꾹꾹 눌러 쓴 이름이 적혀 있어,

눈이 멀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햇빛을 잃고

말을 이루지 못하는 국어 사전들이 조현병을 앓는​ 밤

몇 알의 졸피뎀을 넘길 수 있도록, 나는 흐르네


흰 예복을 차려 입고

사나흘 너를 덮어 줄 수도 있었으나

웅크리고 돌린 등을 내게 보이려고

우산을 쓴 사람들의 신발을 껴안으며

바닥에 내팽개쳐진 그림자들을

닥치는데로 걸치고, 나는 흐르네


어디선가 얼어붙어도

남모르는 발짓에 지친 오리들의 발바닥을

펴게 하려고,

더 뜨거운 응달로, 응달로

등을 터뜨린 달걀처럼, 나는 흐르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우~ 그냥 감탄만 나옵니다.
각 연 마다 정성과 각고의 노력을 퍼 부었을...
넘 반성하게 됩니다.
감상하는 동안 눈을 뗄 수 없이 긴장하게 됩니다.
뇌에서 쥐가 나도 좋습니다^^*
좋은 시 올려 주셔서 감사드려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싣딤나무 시인님.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섬김의 힘을 자연에서 도태시키겠다는 각오로 자기 성립에 도전하는 옹졸함을
다시 자연과 비교하게 하는 너른 태도가 섬김의 후렴 처럼 풀려나오며
서정성을 이루지만 감수성의 한계를 인지하지 못해
글의 맥이 풀려 자연의 세와 섬세함이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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