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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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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66회 작성일 25-06-30 10:21

본문

행복할 땐
가까운 것만 보는 근시로 살았다

아는 척 하고 싶지 않을 땐 난시가 좋았다
안경을 끼면 보이는
주근깨처럼 네 안에 박힌 슬픔, 걱정, 웃음, 행복
목소리에 담긴 표정까지 읽히는게 싫었다

선명한 타인, 불안한 현실이
부담스러운 날은
모든 것이 아지랑이처럼 흐릿한 난시를 즐겼다
백합꽃 향기에 취해 몽롱함으로 살았다

자외선 차단 렌즈를 통과하는
한여름 뙤약볕 같은 시선들
블루라이트를 차단해도
스팸처럼 숨어드는 우울
눈을 감고 싶은 날은 종종 안경을 벗었다
내겐 주기적으로 그늘이 필요했으므로

낡고 헐렁해진 안경테
흘러내린 인생이 쓰는 건 다초점
바라볼 곳은 한 곳 천국뿐인데

아직은 조금 더
좋아하는 시를 읽어야 해서
먹고 살려면 운전도 해야 해서
도리 없이 네 개의 눈알을 동시에 굴리며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따뜻한 문장들로 빼곡한 새봄 붙들고
세월에 조금이라도 천천히 밀리려고
귀엽게 버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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