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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로 마구 망가져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소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078회 작성일 18-08-24 09:24

본문

`

 

 

                           마구잡이로 마구 망가져도




동그란 거실 벽시계도 혼자다

째각째각 걸음으로 어딜 가는 걸까

낡고 초라한 먼지를 껴입은 나는

술병 하나 가득 벌컥벌꺽

입에 물고 울었다

화가 나면

늘 두 걸음 뒤에 따라오면서

아주 내 그림자를 짓이겨대던 여자였고

혈중 알코올 농도가 저지르는 흔한 실수 중에

목청껏 볼륨 높인 노래도 없었다

쓰러져 있는 하이힐 같은 술병들

검은 그림자를 깔고 앉은

무서운 유서나 유언 같이

플라자나 힐튼 호텔 정도의 스위트룸에서

눈물을

어미 새처럼 보살폈다


먼 훗날 다시 만난 그녀가

등받이 없는 화장대에서 하품을 한다면

나는 등뒤에 서 있을 것이다

푸른 물방울 무늬

새침한 U 네크라인을 훔쳐보며

넘어질 것 같아서요 하며

변명거리를 준비하는 이 밤


술병이 아무렇게나 키운 바램을 바라본다



`

댓글목록

스펙트럼님의 댓글

profile_image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무렇게나 망가져도, 누군가를 위해 남겨놓은 최소한의 예의,
그 누군가가 무엇이든 그리운 만큼 더디게 올,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올,
그 때를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
얼핏, 설핏 비치는 첫사랑의 그리움같은....,
잘 감상하고 갑니다.시인님
일상에 전념하느라 출근하여 본 첫 시가 시인님의 시라는..
누가 물어 봤나?,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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