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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늙어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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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밀감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7회 작성일 18-06-05 08:57

본문

기억이 늙어가는 법

 

 

 

잘만 쓰는 내 휴대폰을 바꿀 때가 됐다며

기어이 주말 오전에 남편을 끌고 나가려는 아내

날도 더운데 알아서 아무거나 사오라고 했더니

어느새 애들 둘 외출 준비까지 마쳤다

전화만 잘 터지는 걸로 얼른 사서 집에 가려했더니

아내는 배고프다며 스파게티나 먹으러 가잔다

물론 나는 집에서 짜파게티나 먹고 싶었지만

애들도 옆에서 피자도 피자도 졸라대기에

어쩔 수 없이 서면 젊음의 거리로 나섰다

여름 열기에 아스팔트 거리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여기저기에 서로의 옆구리를 열심히 잡아당기는

젊은 손들이 민망해서 혀를 차는데

아내가 아이들 손 대신 내 손을 슬쩍 잡는다

나이 먹고 웬 주책이냐고 핀잔을 주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애하던 시절 이야기를 하는 아내

얼굴이 오래간만에 활짝 피었다

여기서 당신은 그랬잖아요 저기서 나는 그랬고요

시시콜콜 기억하는 건 언제나 아내 몫이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끄덕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고 안심시키지만

좀처럼 이 거리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거리는 항상 젊은데 나는 자꾸만 늙어가고

내 옆에서 아내도 함께 늙어가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자기들끼리 걸어간다

어쩐지 늙어가는 내 기억이 서글퍼 아내를 바라보다

아뿔싸, 이제야 기억나고 말았구나

그 때 이 거리 어딘가에서 고백하고 말았으니

그래서 이렇게 둘이 함께 늙어가는 것이니

오늘이 바로 결혼기념일이라고

나는 짐짓 모든 걸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저 젊은 손들보다 더 민망하게

아내의 손을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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