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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辭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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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431회 작성일 18-06-02 16:24

본문

시인사표 / 안희선


제 아무리 시라는 옷걸이에 그럴듯하게 글을 걸쳤다고 해도...


시라는 이름으로 은연중(隱然中) 시인 자신을 돋보이려 하는 글

일부러 독자로 하여금 시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글

시인 자신도 자신의 글이 무얼 말하는지 도통, 모르는 채 쓰는 글

시로서 독자에게 제공되는 보편적 감동을 전혀 담지하지 못하는 글

시인 자신의 신세 타령, 혹은 푸념에 불과한 글

시인 자신의 입장만을 앞세우는, 종교판의 설교 같은 글

인생에 관한 섣부른 가르침의 교훈, 혹은 잠언(箴言) 같은 글

아무런 비판없는, 기사(News) 같은 글

생활잡기(雜記), 혹은 생활일기(日記)의 수준에 머무는 글

헛헛한 그리움 내지 사랑타령에 불과한 글

시인 자신에게나 독자에게 보다 성숙한 삶의 계기가 되지 못하는 글

시와 시인,독자 혹은 평자(評者) 상호간의 신뢰를 파괴하는 글

총합(總合)해 말하자면,

한 마디로 시라는 이름으로 아예 없어도 되는 글이란
몇 가지 생각

그런데, 내 글의 대부분이 그러한 범주(範疇)의 것이어서...

내 마음대로 시인사표를 쓴다

 

(임명장을 받은 적도 없고, 수리해 줄 곳도 없지만)


     

     

     

    Age of Loneliness

    댓글목록

    마황a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마황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학의 최고 정점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에는 시, 소설, 동화, 수필, 일기 등이 있습니다.
    가장 기초가 되는 문학장르는 바로 시이며 모든 글의 압축입니다.
    위 안희선 시인님께서 시로써 보여주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일 수도 있습니다.
    시를 하는 건 문학의 근원을 흔드는 일이며 예술과 달리 차원 높은 경지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장 기초가 되는 문학장르는 시라고 하셨는데..

    저는 조금 생각을 달리 합니다

    詩는 諸 문학장르 가운데 <기초가 아닌> 가장 進化된 장르라는 것



    * 그리고, 위의 졸글은 시가 아닙니다, 전혀

    - 시로써 보여주었다고 하셔서


    허접한 넋두리에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마황a님,



    <사족>

    이 졸글은 사실.. 저 자신에게 한 말임을 (고백요)

    요즘은 <시쓰기>가 더욱 두려워지기만 합니다

    시는.. 결국 시인에 의해 그 평생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

    그 언젠가, 제가 말한 적도 있지만

    시는 <독립적 생명을 지닌 일종의 유기체 有機體>라는 생각

    살펴보면, 태어나자마자 무덤으로 직행하는 시들도 얼마나 많던지요
    (그 무슨 낙태도 아니고)

    원망스런 시들의 눈초리..

    - 니 맘 꼴리는대로 싸질러 낳기만 하면 다냐? 나를 낳은 부모로서 책임은 전혀 없니?

    제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시인의 시에 대한 무한책임 無限責任>

    어차피 한 세상 살아오면서
    이때껏 가뜩이나 지어놓은  罪는 엄청 많은데
    씻지 못할 업보는 그만 지어야겠단 생각, 듭니다 (시인사표의 理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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