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의 생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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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의 생태(8)
저녁은 왕자별에게 하루의 시작이다.
낮의 적막은 썰물처럼 물러가고
식욕이 왕성한 꿀벌은 어김없이 보금자리로 찾아든다.
온종일 갈대밭에 뛰놀던 개구리 어둠을 타고
제짝을 찾아 우렁우렁 밀려온다.
민들레 꽃씨는 우산을 접어 잔뜩 움츠리고
이슬에 가린 밤하늘의 별들이 어릿어릿 내려온다.
덤불 울타리를 넘어 뜰에 들어온 어미 고라니가 밖에 기다리던 제 새끼를 부른다.
단발머리 숙녀는 얼굴가리개 꽃받침을 쓰고 밤의 세계를 멀리하고,
스르륵
문이 열리는 외딴집.
저녁 뜰을 밝히던 왕자별
힘이 다되어 꺼져 가는 촛불처럼 줄어든다.
단발머리 숙녀 앞에 무릎을 꿇고 왕자별이 쓰러진다.
놀란 숙녀는 얼굴가리개 꽃받침을 급히 떼어 버렸다.
쑥 솟아오른 머리카락들, 하얗게 산발한 한 송이 할미꽃.
할미꽃은 제 머리칼 한 웅큼
뽑아 촛불처럼 꺼져 가는 왕자별 머리 위에 꽂아 주었다.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왕자별이 빛을 뿜어낸다.
얼마 못 가서 다시 시들해진 왕자별.
이번에도 머리칼 한 웅큼
뽑아 왕자별 밑에 촛불 심지처럼 밀어올렸다.
왕자별은 고향에 가려는 소망으로 다시 빛났다.
또다시 왕자별이 시들해졌다.
할미꽃은 남은 머리카락 모두 뽑아 왕자별 몸을 감싸 주었다.
민머리가 된 할미꽃에게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 왕자별이 영원히 타오르듯 빛을 낸다.
바닷가에 물이 온다 간다 말없이 제멋대로 들랑날랑거리던 긴 밤이 지나고
어느덧 동산이 밝아온다.
다행스럽게도 할미꽃 민머리에 한 올의 머리카락이 달려있다.
왕자별 몸에서 뿜어내는 따뜻한 사랑의 열기.
한 올의 머리카락 끝에 도톰하고 날렵한 씨가 맺힌다.
이제 때를 기다린다.
태양이 동산에 떠오를 때
한 올의 머리카락은 왕자별을 태운 긴꼬리가오리연으로 변신한다.
날아오른다.
왕자별은 그리운 고향으로 할미꽃은 할아버지를 찾아
아주 아주 먼
푸른 별, 시리우스를 향해 긴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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