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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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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9회 작성일 18-03-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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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다는 것

내 생각이 짧았다는 걸 늦은 저녁
세탁소 간이의자에 앉아서 알았다
평생 나는 다림질이 서툴렀다
한두 번 슥슥 결을 따라 지나가는
웃도리와 달리 바지는 평생 접었다 폈다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어도 서툴기만 하였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탓에 요즘도
아침 시간 절반은 바지를 다리는 일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 걸 나는 엊그제 비로소 알았다
그것도 요령이라면 요령이고 재주라면 재주인데
아저씨는 바지를 겹쳐 바닥에 가지런히 놓더니
그대로 슥슥 몇 번 지나가는 것으로 끝을 냈다
평생의 숙제를 푼 것처럼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렇게 몇 번 만에 다림질이 끝나는 건가요?
내 어리석은 질문에 아저씨는 그저 씩 웃으시더니
한번 갔던 길을 다시 가면 안되요
이리저리 펴고 뒤집어도 안되고 그냥
한 번에 주욱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해요
아.......
나는 그제서야 무릎을 탁 쳤다 세탁소에서 그것도
집앞에서 이렇게 큰 깨달음을 얻을 줄이야
길들여진다는 것
그것은 끝까지 믿음을 갖고 사는 것
삐걱이는 간이의자에 앉아 비로소 그것을 깨닫는다
해골물을 마시고 얻었다는 그 깨달음이 이런 맛일까
그 달달한 깨달음을 몇 번이나 되새기며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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