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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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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209회 작성일 18-02-23 16:09

본문


네가 만약


아무르박


네가 만약
입은 있되 말을 못 하고
발은 있되 움직이려 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에서 멀어져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더라도
하루는
어김없이 해가 지고
삶은 흔들리고
그 누구보다 가난한 사람이 되어
외로움에 퇴색한 사람이 되더라도

네가 만약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누구를 생각하더라도
불행을 자초한 사람은
행복으로부터 비껴간 사람이 아니더라도
소유할 수 없는 사랑도 있었음에
머물지 않는 곳에 그리움도
네 눈길 닿는 곳마다 사연도 많아
빈 껍데기로 살더라도

네가 만약
아버지로 살아왔던 삽 십 년이
홀로 살아야 할 삽 십 년과 바꾸더라도
가족사진 속에 한 사람씩 지워지더라도
영영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세상에 모든 들꽃 그 흔한 이름 하나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삶은 후회에서 왔음을
그래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나날들이
내생에 짐이 되더라도

네가 만약
네가 살아온 길에 그루터기
발부리에 체인 돌부리
무심한 강물
꽃을 흔들고 간 바람
겨울을 이겨낸 꽃봉오리
해무를 걷어낸 바다
그 어디라도 좋을 네 마음 닿는 곳에
홀로 있더라도
시처럼 살다간 사람은 철저히 혼자살아간
사람이었음을
네가 네가 시가 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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