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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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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부산청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4회 작성일 18-02-19 17:18

본문

바닷가 집에서

 

결혼하기 전까지 어머니는 새벽에 쌀을 씻어 밥을 해주셨다

바다는 파도 손으로 모래를 씻어 모래 밥을 하는가 보다

바닷가 보이는 집 창문은 열려 있었는데

바다는 늘 방안을 엿보고는 야릇한 신음소리 냈다

저 바다도 총각이라서 아름다운 어머니에게 반했나 보다

바다가 지어놓은 밥을 먹고사는 뱃사람

늘 고봉밥 만선을 위해 땀 흘렸고

등대는 빨리 돌아오라고 눈빛 언어로 말을 건네지

 

바다는 왜 그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는지 물어본 적 있지

잠들어버리면 모래 쌀을 씻지 못할까 걱정이 많아서라고 했지

바쁘게 살아가고 싶은 날에는 따스한 밥 한술에

여유를 바다에 띄워 보기도 하지

모래 밥은 어디서 농사를 지어 탈곡했는지

청상과부였던 어머니를 유혹하였고

어머니는 나이가 먹을수록

바다에 마음 주려다가 빼앗겨 버렸어

얼룩무늬 몸매는 소금기로 바다를 만진다고 했다

 

어머니가 바다를 밀치면 바다는 더 깊은 포옹으로

한 해 두 해 근 사십 년의 세월을 서로 씻으며 살았다

자식도 못 해준 그 마음의 자리에는

파도를 타고 온 아버지가 걸어 나와

어머니와 같은 이불을 덮고 잠을 잔다

긴 세월을 서로 씻어가면서 익히고 서로 보듬었지

가끔 안부를 물으려고 가면

어머니의 쌀 씻는 소리에

바다도 쌀 씻는 소리로

어머니와 장단을 맞추는 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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