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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11> 폐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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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61회 작성일 18-02-10 03:46

본문

<이미지11> 폐가에서


       박찬일
 우산도 없던 날, 비를 피해 뛰어든 폐가의 구멍뚫린 지붕 사이로 8의 장대비가 흘러 내린다.

패인 창호지 구멍 뒤로 방 안 구들장이 화선지 위에 부은 물감처럼 축축해진다.

한 때 지붕을 받쳤을 석가래 사이로 흙들이 줄줄줄 뚫린 지붕구멍으로 핏물처럼 흘러내리는 폐가의 잔해는, 소멸을 앞둔 상처난 자의 성난 체념으로 들끓고. 마당과 마루장 옹이 사이로 자란 풀들이 손 때 묻은 삶과 자연의 경계를 지워놓고 있다.


 누가 파괴와 죽음을 접한 경계가 황홀하다 말하던가? 

폐허는 욕망의 마지막 전언, 영원을 약속하던 안락을 지운 삶의 끝과 욕망의 마지막 자리일뿐

경계를 지운 저 부릅뜬 풀들의 충혈된 푸른 눈은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삽짝문이 바람결에 삐그덕대며 열렸다 닫힌다 소리친다.

빗물이 마당의 풀들을 물 속으로 이끌고 있다.

비는 폐가를 밑으로,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모든 죽음과 끝은 수평.

수직이 욕망이라면 수평은 고요와 안돈,

비 그치기를 기다리며, 수평은 침묵이라 단언해 본다,

복종이자 겸손이라 단언해 본다,

수평이 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돌아갈 자리를,

최후의 자세를 미리 답습하는 것이라 고정시켜 읽는다.

완벽한 수평을 위해 물처럼, 바다로 모여드는 것 

 단호한 가라앉음에, 그 표피에

야만으로 이뤄진 도시의 나는 얼마나 수직에 천착하였던가? 묻는다

현기증나는 수직의 도시에서 처연하게 드러누운 마당의 흙물바다,

폐허의 자리를  순례하는 비.

흩어져 깨진 바스러진 벽과 기울어진 닳고 닳은 기둥

비처럼 울다, 언제인가 모를 욕망의 끝을 읽고 말았다.


20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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